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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선순환 궤도에 오르셨습니다(1)

스타트업CEO코칭스토리

by 김지엘
떠올려보면 참 감사하다


코칭을 하고 있다고 하니 내게 코칭을 받아보겠다는 대표님들이 주변에 있었으니 말이다. 열정을 품고 움직이면 필요한 인맥이 붙고, 일거리가 생겨난다. 내게 코칭을 받은 대표님들 대부분은 나처럼 30대에 어려운 시기를 통과한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코칭대화 안에서도 대표님들은 본인이 창업하고 초창기에 고생했던 이야기들을 자주 언급하곤 하였다. 그때 그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갈망하며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평생 몰랐을 수도 있다고도 하셨다.


코칭하면서 대표님들로부터 인생수업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게다가 본인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며 코칭비용을 주신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또 어디 있으랴. 코칭받아보니 좋다며 주변 지인을 소개해 주기 까지 하신다.


종종 본인처럼 창업을 했는데 어려운 젊은 대표들이 있으니 김코치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대표님들의 부탁이 있었다. 당시 나이 30대 중반 무렵,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스타트업 창업을 하는 수요가 늘고 있었다. 정부기관이나 대학에서도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정책들이 새롭게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내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처음에는 회계사, 변리사 등의 타 직종 전문가들을 소개해주는 정도였다. 소개가 잘 이루어진 경우, 즉 내가 소개한 양측이 상호 효율적인 비즈니스 관계로 발전되는 경우 덩달아 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곤 했다.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어 스타트업 대표님들과의 접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코칭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신뢰가 올라간 상태에서 듣는 귀가 열린 대표님들은 나의 코칭에 깊은 관심을 보이곤 했다.


그렇게 소중한 만남들이 생겨나고 나는 예비 창업자와 이미 창업을 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 코칭을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이쪽 분야에 집중하자 관련 정보들과 인맥들이 내 삶의 반경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니고 있는 교회 집사님의 권유로 어느 국립대학교 학생들의 창업을 멘토링하고 정규수업에 들어가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강의도 하게 되었다.


교수님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그것도 창업을 코칭하고 멘토링하는 교수로 말이다. 나는 현직에서 활동하는 창업 컨설턴트나 산업현장 교수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이쪽 필드에 진입하게 되었을 뿐, 내가 관련 학위가 있길 한가 전문지식이 쌓여있길 한가. 이런 걸 낙하산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내가 낙하산이 될 줄이야.


스스로 자격미달이라 여겼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마음에 두고 있는 학생과 대표님들을 돕고 싶은 마음과 열정은 커지고 있었다. 수요 또한 늘고 있었다. 나는 코칭으로 그들을 돕고 싶었다.


대학과 산업현장에서 만나는 대표님들과 멘토링의 타이틀로 만나 코칭을 하는 날 들이 많았다. 나는 컨설팅이나 멘토링에 코칭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기존 컨설턴트나 교수님들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멘토링과 코칭이 만나면...



창업분야에 멘토링과 코칭을 융합하면 기가 막힐 정도로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진다. 필드에서 내가 경험한 멘토링의 매력은 '분명한 방향의 따뜻한 근거'라 표현하고 싶다. 멘토링을 하는 멘토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멘토링은 하면 할수록 사례가 풍부해진다.


그 사례는 적합한 창업자에게는 꿀처럼 달콤한 스토리이기에 멘토의 멘트들로 순식간 사업의 방향이 정해지곤 한다. 사례의 위대함은 멘토링을 통해 드러난다. 멘토링은 따뜻한 근거가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멘토링은 자칫 멘토의 일방적인 조언이나 충언으로 이어질 수 있어 멘토의 자질과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코칭이다. 코칭의 경청과 질문 역량은 멘토링의 단점을 보완하여 멘티로 하여금 좋은 정보를 얻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 흡수하도록 큰 도움을 준다.


나는 멘토링과 코칭을 융합하여 창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창업자들 역시 일반적으로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가르쳐주던 컨설턴트나 멘토들보다 코칭적 접근이 훨씬 유익하다고들 이야기했다.


정보를 얻고 끝나는 것이 아닌 코칭을 통해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창업자 중 한 분이 내게 중소기업진흥공단(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컨설턴트로 활동해 볼 것을 권유해 주셨다. 코치님이 컨설턴트 포지션으로 창업자들에게 코칭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여 주셨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런 일이 있다니.



왜 사업을 하고자 하는가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



공단에서는 상근컨설턴트를 채용 중이었다. 확인해 보니 청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관련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컨설팅하는 업무였다.


직함은 전문위원이고 서류업무가 좀 있고 출퇴근도 해야 했지만 감수하기로 했다. 이 일도 정말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아닌가. 나는 지원했고 감사히 선발되었다.


임용되어 첫 출근을 하며 생각했다. 이미 대학과 스타트업 필드에서 창업자들을 돕고 섬기면서도 나는 줄곧 스스로 자격미달이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어쩌면 이 기회로 더 이상 자격운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내게 가장 큰 화두는 청년창업자들을 어떻게 돕고 섬기느냐였다.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것을 말해주는 형태의 컨설팅 말고 진짜 창업자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예비창업자와 초기 창업자가 원하는 것은 정부의 돈이다. 그 돈은 크게 구분해서 지원금 혹은 대출금의 형태이다. 지원금은 성과를 낸다는 담보로 지원하는 돈이고, 대출금은 성과를 내어 갚아야 할 돈이다.


정부가 공짜로 돈을 주지는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런데 나를 찾아오는 창업자들 중 돈이 필요한 사람은 이 두 가지의 구분이 흐릿하곤 하다.


정부 돈에 대한 개념을 구분 지어 주는 기초적인 일부터 예비창업자로 시작해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3년 정도의 창업자로 생존하게 끔 각종 정보와 인맥을 끌어다 성과를 올리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청년창업자들이 돈과 정보를 얻기 위해 나를 찾고 인연을 맺곤 했다. 많은 창업자들을 만나다 보니 창업자의 배경과 아이템을 보기만 해도 사업을 정말 해볼 사람인지 그저 정부자금을 얻기 위해 온 사람인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창업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부족한 상태에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코칭하기 시작했다. 아이템, 돈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사업을 하고자 하며, 어떻게 살고자 하느냐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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