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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2배 매출이 이루어진다면 어떠세요?

중소기업CEO 코칭스토리

by 김지엘
코칭받고, 코칭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코칭 외에 관심이 가는 것이 없었다.

이런걸 홀릭(Holic)이라고 하던가. 코칭은 내게 너무 매력적이어서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통째로 코칭에 묶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를 코칭해 주시던 외국 국적의 코치님이 이제는 유료코칭을 해도 좋을 만큼 코칭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고 얘기해 주셨다.


인정받아 너무 기뻤지만 사실 나는 이미 유료코칭을 하고 있던터였다.


코칭에 착수하기 전, 일단 나는 고객이 나아지고자 하는 열망에 집중했다. 열망에 동참하고 그냥 코칭을 시작했다. 이게 내 방식이었다.


계약서도 없었고, 윤리 규정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코칭 fee에 대한 언급 없이 일단 시작했다. 코칭을 통해 고객의 변화와 성장에 동행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 여겼기에 부수적인 것들은 차차 챙기면 된다고 믿었다.


지금에서야 본질 어쩌고 하지만 이건 코치로서 정말 고쳐야 할 사안들이다. 좋지 않은 습관이어서 개선하는데 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일하다 보니 코칭에 거대한 도움을 받은 대표님은 내게 거금을 쥐어주시기도 하고, 반대로 돈 못받고 코칭을 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당시에 나는 깔끔하게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돈 이야기를 안 하고 코칭을 한 것이었으니 돈 달라고 말을 못 하지 않겠는가.


나는 실속 없었지만 고객들은 모두 기억하더라. 훗날 아버지 장례 때 오셔서는 거금의 돈을 주시며 그 때 코칭받고 비즈니스에 도움 많이 되었다 하셨던 대표님들도 계셨다.





코칭을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버는가?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강의할 때보다 더 돈을 못 벌었다. 그러던 중 소소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고, 코칭 실력도 부족했던 터라 모객도 잘 되지 않아서 무료코칭을 많이 하고 다녔다.

주머니 사정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당시에 나는 주로 매출액 50억 내의 스무 명 정도 임직원을 둔 대표님들을 대상으로 유료, 무료 코칭을 많이 했다.


50억을 넘기기 위해 혁신을 할 것인지 그대로 유지를 선택할 것인지 기로에 놓여 고민하는 대표님들이 주요 코칭대상이었다.


하루는 이와 같은 선택으로 고민 중인 대표님과 코칭 계약을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딸아이의 분유값이 다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코칭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모두 거품이었던가. 내 마음은 순식간 침체되었고 다시 가정을 잃으면 어쩌나, 이대로 주저앉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런 마음으로 코칭이 가능할까. 중단할 수도 있겠지만, 방금 계약도 했겠다 나는 연속해서 그냥 1회기 코칭하는 것을 선택했다. 꾸역꾸역 했다. 화장실에 가서 한숨 크게 쉬고 돌아와 대표님과 대표님의 회사 이야기에 경청했다.






놀라운 사실은 대표님도 나와 주머니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더 비참하다. 나는 딸아이 분유값 떨어졌다는 문자나 받는 못난 가장이다. 그리고 대표님은 당장 3일 뒤에 직원들 줄 월급이 없다고 하신다.


과연 누구의 사정이 더 나은 것인가? 이 정도면 비슷한 거 아닌가. 대표님과 나의 뚜렷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정말 진심으로 절박하다는 것.


이런 마음 때문 이었는지 대표님과 나는 그날 기적 같은 코칭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 가용범위 안에서는 다 짜보았는데 도저히 매출이 나올 구멍이 없네요"

"가용범위 안에서요..."

"네..."


대표님은 직원이 출력해서 전달한 매출 관련 서류를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런 대표님을 보고 있었다.


"일단 급한 대로 5천만 융통할 수 있으면 숨통은 트일 것 같은데요"


5천만 원은커녕 5만 원도 없는 내가 진심으로 대표님의 조급함을 공감한다. 진심으로 경청한다. 이게 코치가 할 일인 거라 믿고 있다.


지금 대표님은 인식의 틀 안에서 자신을 고문하고 있다. 일단 틀 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표님. 가용범위 안에서 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에게는 3일이라는 시간이 있지요"

"네..."


"어쨌든 이 일이 잘 해결되었다고 합시다. 이번일이 잘 마무리된 거죠. (침묵) 3일 뒤에 회사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직원들 월급 주고 다시 목표 잡고 뭐... 이번달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아!...(침묵)"


"(침묵)"

"가용범위 안에서만 하고 있네요. 제가... 그러니 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달라질 일이 없을 거 같아요"


코칭은 이런 거다. 뜬금없고 순식간 속사포처럼 인식의 장벽이 허물어진다. 아하(A-ha) 모먼트(Moment)라고도 하는데, 코칭하다보면 자주 있는 일이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지금부터 대표님은 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대표님. 만일 '가용범위 안에서'라는 개념이 아예 우리에게 없다면, 무엇을 하시겠어요?"

"...... 그 밖의 가능성을 열 수 있지요"


대표님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대표님. 지금 그 가능성을 열면 3일 뒤에 우리 회사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 가능성의 상태에서 다시 출발하게 됩니다. 아 이런... 제 생각이 너무 함몰되어 있었네요. 지금이 회사운영의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인데요. 지금 3일간 근력을 키우면 다시 키워진 근력 위에서 다음 달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영업팀과 고객관리팀부터 불러서 고객명단 분석부터 해야겠어요. 기존고객 외에 컨텍했던 고객사와 잠재고객사들 추려내고 다시 전략을 수정해야겠어요."


"대표님. 지금 대표님에게서 무엇이 바뀌었나요?"

"가슴이 뛰어요. 열이 나네요. 될 것 같아요. 아니 이미 된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창업했을 때에는 이보다 더 큰 시련들도 많았는데 잘 극복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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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다음 달 매출이 이번 달의 두 배가 되었다. 그렇게 이루어졌다면, 그때는 무엇을 하실 것 같아요?"

"와!............ 어떤 행동을 하겠느냐는 질문이신 거죠? 음... 일단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꿈도 못 꾸었는데.... 직원들 인센티브 챙겨주고 제조사에 얘기해서 물량도 좀 늘리고, 미수금 처리하고도 남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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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을 위해 대표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깊은 침묵)......... OEM 거래처와 제조사 공장장님들 뵙고 인사하는 일이요. 이게 먼저입니다. 여기부터 다시 출발해 봐야겠어요."


"대표님. 그 일이 대표님께 그리 중요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고객에게 상품성 좋은 제품을 선물하듯 팔고 싶어요. 경영하면서 매달 돈에 허덕이다 보니 초심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다시 살아나네요. 좋은 상품으로 저희 제품을 구입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프라이드를 느끼고 이용하실 수 있게 하고 싶거든요."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회복되고 힘이 납니다. 코치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날 대표님과의 코칭대화의 일부분은 이러했다.

기록한 내용 전의 코칭대화는 한숨과 자포자기, 줄담배에 신세한탄이 주요 내용이었기에 생략했다.


내가 이 코칭대화를 기적이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코칭 이후 대표님이 자신감을 얻어 매우 빠른 속도로 신규고객사를 개발해 냈고 매출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흐리멍텅 했었는데 정신이 바짝 들었다고 후일담처럼 하시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이 코칭대화는 코치인 내게도 기적이었다.

그날 대표님과 나는 모두 대단히 절박한 상황이었다. 나는 아내로부터 그런 문자를 받고 자존감이 땅을 치고 침체되었어도 코칭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코치가 되었다.


지금 떠올려 보아도 정말 뼈가 아릴 정도로 아픈 기억이다. 덕분에 코칭을 대하고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바르게 자라고 있다고 자신한다.


무엇보다 그날 대표님의 자각과 성찰을 함께 경험하며 코치로서의 나도 자신감이 두 배나 높아졌다. 스스로의 코칭 역량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든 과정이 코칭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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