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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만은 피해보자(2)

부부관계의 결핍이 주선한 코칭과의 만남

by 김지엘


코칭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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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코칭에 대해 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진짜 변화를 일으키는 교육'을 찾기 위해 온갖 논문과 해외 자료를 찾던 나는 국내에도 20시간 코칭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이틀간 코칭을 배우며 코칭이 일반적인 교육들과는 방향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더 실전적인 대화기술이 담겨있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교육 중 강의를 하시는 코치님이 코칭시연을 보여줄 테니 코칭을 받아보고자 하는 사람은 나와보라는 거다.


나는 코칭의 효과를 경험해야 했다. 코칭이 변화를 일으키는 교육인지 확인해야 했다. 무엇보다 없는 형편에 백만 원 넘는 돈을 투자했으니 나는 뭐라도 체험해야 했다.


스무 명가량의 교육생들이 보는 앞에서 코칭을 받는 것은 담력이 필요했다. 내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코치님은 나와 마주하고 앉더니 어떤 주제로 대화 나눌 것인지 질문하셨다. 몇 가지 대답을 했더니 그중 가장 중요한 주제를 다루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긴 하지만 내게는 당시에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코칭대화는 심리상담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1대 1로 앉아서 대화 나누는 것도 비슷하고 내 말에 경청과 공감도 풍부하게 이루어진다.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다른 건 또 엄청 차이가 난다. 대화의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코치님은 내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내가 원하는 결과를 궁금해하셨다.




"저는 아내로부터 인정받는 남편이고 싶어요. 살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존중받고 싶어요. 예전처럼 친구 같은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하자 코치님의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나도 이 말을 하고 속에 일렁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내 안의 진짜가 나온 것이다. 정말 원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부부관계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남편으로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은 내가 어디에 가서도 해본 적이 없는 표현들이 아니던가. 인정, 존중...


"그렇게 아내분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으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코치님의 이 질문에 나는 신이 나서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우선 제 마음이 회복될 겁니다. 회복되면 바깥에서 하는 일들도 즐거울 거예요. 시너지를 받아서 강의도 더 잘되고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겠지요. 기쁠 것 같아요"


"아내분이 선생님께는 어떤 존재인가요?"


이 질문을 받았는데, 눈물이 핑 도는 거다.

말로 대답하기 전에 감정으로 먼저 대답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 소중하고 나를 이렇게 안달하게 만들 정도로 영향력이 큰 존재. 내 아내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대화의 몰입도가 커지고 나 역시 대화에 깊이 참여하고 있었다.


대화 진행 중 문득문득 깊이 생각해야 답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다운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아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변화하면 가능성이 열린다는 형태로 대화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 깨달음도 사실 엄청난 것이었지만 더 큰 자각 포인트는 다름 아닌,


"아내분을 위해 아내분이 원하는 것으로 선생님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요"





나는 몸빵을 해야 했다. 아내가 내게 원하는 것은 집안의 허드렛일이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을 내가 딱 맡아서 하면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았다. 나는 이틀간의 교육을 마치고 귀가하여 바로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을 실행했다. 계속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눈치였다.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맡아서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사랑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행을 원하는 사람이었다. 서서히 관계가 회복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라는 뚜렷한 실행요소가 도출되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날 코칭 교육을 받으며 시연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내 가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코칭시연은 고작 20여분 정도였다. 20분 만에 내 인생은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코칭은 내게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결핍이 채워지고 불안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 역시 부부관계가 회복되면서였다. 코칭 덕분인 거다.


뜨거운 코칭과의 만남은 내 안의 결핍 때문이었다. 고작 20분의 코칭이 나와 내 가정을 살린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나 말고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코칭이야 말로 내가 찾던 진짜 변화를 일으키는 교육으로 적합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며들어

나는 코칭을 더 깊이 공부해 보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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