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선배코치들의 실수를 들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배코치들의 실수로 나는 코칭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 내가 전문코치가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에 빼놓을 수 없겠다 싶어 망설임을 끝내고 기록한다.
가장 빠른 습득은 해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코칭이 내 인생을 바꾸었듯이 남들의 인생도 바꿀 수 있는 도구가 될 거라 여겼다. 가정이 안정화되어 가면서 나는 여러 코칭펌에서 진행하는 교육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돈을 들여 제대로 해볼 가치 있는 일을 만난 것이다.
배우면서 동시에 코칭으로 돈을 벌 생각도 했다.
유료코칭에 도전했다. 제일 중요한 건 내게 돈을 내고 코칭을 받을 고객을 찾는 일이었다.
나름 유료고객을 찾는데에 자신이 있었다. 코칭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강렬했던 20분 코칭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후, 나는 추가로 선배 코치들에게 유료로 코칭을 받으며 다져지고 강건해지는 일상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코칭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지역 내에 많은 CEO와 사업자들을 만나 강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 않았겠는가. 나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스토리텔링한다면 많은 고객들이 유료코칭 계약을 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먼저 규모가 좀 있는 중견기업의 대표님에게 코칭을 받아보실 것을 권했다. 코칭이라는 말만 꺼냈을 뿐인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대표님이 코칭이 뭔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날 보시더니 "음~" 하시는 거다. 나의 가정이 변화되고 있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담은 스토리텔링을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거절하시는 거다.
"음~ 김대표. 우리 회사 코칭 다 해봤어요. 근데 그때뿐이고 별로 효과가 없더라고"
"네? 그럴 리가요. 효과가 없다니요"
"OOO코치라고 알아요? 그분이 와서 이틀 동안 코칭 프로그램 해주고 가셨거든요. 근데 그때뿐이더라고. 직원들도 당시에는 좋은 거 같다고 했지만 이후에 별 변화가 없던데요. 나도 교육참여했었는데 나 역시 다르지 않았고요"
"아~ 대표님과 임직원분들께서 코칭을 받으신 게 아니고 코칭 교육을 받으셨단 말씀이시지요?"
"네. 코칭은 그냥 강의로 배우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그분은 코칭받으란 말은 안 하시던데요"
"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고 믿고 신뢰하기 시작한 코칭인데, 대표님은 적당한 근거를 제시하시며 젠틀하게 거절하시는 거다. 대표님이 코칭에 접점이 있으셨다는 것도 놀랐지만 코칭을 부정적인 경험으로 간직하고 계신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유료코칭을 결단하고 최소 열 군데에 방문해서 코칭을 받아보시라고 소개할 계획이었다. 첫 번째 방문지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의기소침할 필요 있겠는가. 오히려 내 예상보다 대표님들이 이미 코칭을 많이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살짝 올라왔다.
이상한 일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난 대표님들도 코칭을 알고 계시는 거다. 실망스러운 것은 첫 번째 대표님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게 코칭을 경험하셨다는 사실.
코칭이 회사운영에 도움이 될 거라는 소문을 듣고 강의에 참석했었는데 좋은 강의였던 것은 맞지만 현업에 쓸 수 없겠더라는 이야기들을 하시는 거다.
나는 똑같이 질문하게 되었다.
"대표님. 코칭을 받으신 겁니까 아니면 코칭교육만 받으신 겁니까?"
"코칭강의에 참여했던 거죠. 롤플레잉으로 제가 코치역할 하면서 실습도 해보았고요."
"그럼 대표님께서 직접 전문코치로부터 코칭을 받아보신 건 아니신 거네요?"
"그렇지요. 그런 얘긴 없던데요"
한 달 동안 27군데 기업을 방문하였다. 코칭에 대한 경험이 있는 곳은 모두 코칭을 교육프로그램으로 접했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은 코칭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모든 대표님께 내게 코칭을 받아보시라고 권유하였다. 그러나 코칭을 안다는 이유로 혹은 전혀 모른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을 하셨다.
코칭을 배워봤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기에 나에게 코칭을 받을 의향이 없다고 하셨다. 코칭에 대한 경험이 없는 기업의 경우, 코칭이 생소하기도 하고 1:1로 코칭을 받기보다 다른 회사의 경우처럼 코칭교육프로그램으로 다시 제안서를 써오라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27군데를 방문하며 나는 어떤 선배코치님들이 어떤 내용으로 코칭을 알렸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HRD 담당자 중에는 당시에 교육받으셨던 자료를 통째로 들고 오셔서 내게 브리핑까지 해주신 분도 계셨다.
기업이 지출한 코칭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비용 즉, 선배코치님들이 코칭교육을 하고 가져가신 금액들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들 까지 후배인 내가 듣게 되었다.
소수의 몇 군데에 방문했을 때에는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어떤 경우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코치의 전문성에 대한 의견이 다양했고 전반적인 의견은 코칭이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 별거 없더라, 비싸기만 하다, 회사 업무에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 등이었다.
나는 기업교육, CEO 교육 시장에서 잡초처럼 생존해 왔다. 교육 이후 고객사의 반응은 수없이 경험해 오던 바다.
교육은 참여자의 상황, 태도, 인지, 준비에 따라 좋은 교육이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로 경험되기도 한다.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객의 관점은 그것이 긍정이던 부정이던 100% 온전히 강사가 수용하고 숙고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이다.
선배코치님들이 코칭이라 일컫는 교육프로그램을 하시고 지나간 자리에 가서, 고객사의 대표님들로부터 피드백을 들어가며 나는 이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선배코치님들은 코칭을 하지 않고 코칭교육만을 하셨던 걸까?'
우리나라 코칭 시장은 코칭강의로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창기에 코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을 테니 기업에서도 코칭을 교육프로그램으로 인식했을 것이고, 수요에 따라 선배코치님들은 코칭받기를 권유하기보다 자연스레 코칭강의를 통해 코칭을 알리고자 하셨던 것일 거다.
지금이야 임원코칭, 부서장코칭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나. 대한민국 웬만한 대기업, 외국계 기업 임원들 치고 코칭 계약 안 해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구글의 에릭슈미츠가 '코칭받아라!'라고 외친 덕분이기도 하고 선배코치님들이 애써가며 소중하게 시장을 일궈온 덕분이기도 하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나는 선배코치들이 훑고 지나간 그곳에서 선택을 했다. 선배들과 똑같이 하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구나. 대부분 임원이나 CEO로 퇴직하고 코칭시장에 발을 디딘 선배들인데 내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 내가 기업 대표라도 나 같은 햇병아리 보다 임원출신 코치에게 의뢰를 할 것이다.
코칭교육으로는 승산이 없다. 나는 1:1 코칭으로 승부를 보리라.
코칭을 강의로만 배운 사람들은 모른다. 코칭의 진정한 파워를.
코칭을 강의로만 배운 코치는 코칭강의로 밖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코치는 코칭을 받으며 삶이 뒤 흔들리고,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는 강도와 색깔에 따라 코칭에 대한 확신의 정도가 달라진다. 그러려면 개인코칭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의도치 않게 선배코치님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더욱 생각이 심플해졌다.
'코칭받고, 변화하며, 코칭한다.'
나는 코칭펌을 순회하며 코칭교육을 받던 일을 멈추고, 국내와 해외 코치들 중 선별하여 코칭을 받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내 삶의 변화가 가속화되었고, 코치로서의 진로 역시 확신에 가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