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표님! 선순환 궤도에 오르셨습니다(2)

스타트업CEO코칭스토리

by 김지엘
스타트업 대표 코칭




3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었던 스타트업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대표님이라고는 하지만 서른이 갓 넘은 총각이다. 대학시절부터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좋은 아이디어로 수상도 했던 분이다.


대표님의 3년 동안 고생했던 일들을 듣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특별히 작년이 어려웠다며 초창기 창업멤버들의 연이은 퇴사와 이후 주주들 간의 갈등이 겹쳐 사업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갑자기 거래처 공장에도 문제가 발생해서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주문금액을 모두 환불하고 덤으로 사과메일을 고객들에게 보내며 피눈물이 났었다 했다.


고생이 농익었다고나 할까. 대표님의 내면은 작년보다 많이 탄탄해졌다. 그럼에도 창업멤버들을 잃어본 아픈 기억 때문인지 본인 조직의 구조와 직원들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매출유지와 고정고객 확보를 위해 입이 닳도록 직원들을 닦달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잔소리 CEO라 칭하고 있었다.


나는 직원들의 인사기록과 재무제표, 향후 사업계획서와 투자계획서 등을 상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직원들의 배경과 입사일, 포지션을 면밀히 검토하며 인터뷰도 진행했다. 스타트업은 구성원이 몇 명 되지 않아 인터뷰에 큰 부담이 없다. 거래하고 있는 세무사님과도 통화를 마치고 주주 몇 명과 투자자들과도 미팅을 했다.


문제를 물어보면 문제가 나온다.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의 관점에서 출발을 하면 그렇다. 인간에게는 늘 문제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늘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문제에 함몰되어 문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다시 서른 살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님. 올해 대표님께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


"안정화요. 인력의 안정화, 매출의 안정화입니다. 직원들이 또 퇴사할까 두렵기도 하고, 고객들이 등 돌리면 어떻게 하나 염려도 되어요 코치님~"


"그렇군요. 대표님 그럴만하세요. 작년에 힘든 일도 겪으셨고요. 잘 극복해 나가고 계세요"


"아 저는 열심히 하는데요, 대체 어느 정도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느 정도면 스스로 성공과 실패라 여겨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대표님에게서 좀 불안한 감정이 느껴져요."


"맞아요. 저 스스로 확신이 부족해서 인 것 같아요. 매출이 확 오를 때에도 잠시 좋고 말거든요. 이게 영원한 게 아니니까요. 누가 저 좀 평가해 주면 좋겠어요. 요즘 저는 제가 잘하고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어요."

:

:

:

평가라.

코치에게 평가란?

함부로 고객을 판단하는 것, 평가하는 것은 코치로서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라 여겨왔다. 코치가 아니어도 사람과 일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직업들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이 날은 나 스스로 너무나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었고, 대표님을 돕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라는 확신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문제를 바라보기보다 대표님의 에너지에 집중해야겠다는 것.



"대표님. 이제 선순환궤도에 오르셨어요."


"네? 정말 그런가요? 다들 이것도 저것도 다 문제라고 하던데요. 며칠 전 뵈었던 전문가도 저희 회사 문제라고만 하고 가셨어요. 그래서 해결할게 산더미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요"


"대표님. 3년간 사업하시며 대표님께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 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요.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과, 인력, 거래처 등등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침묵) 헐! 제가 많이 단련되어 온 거네요. 궤도에 올라갔다니... "


"대표님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 사업이 성장한다고 생각하곤 해요. 큰 사무실에 직원들도 많이 고용하고 매출이 커지면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들 하곤 하죠.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만일... 제게 주도권이 없는 성장이라면 그런 규모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료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도 코치님 말씀하신 사례들이 적지 않아요. 확 키우고 시스템을 지키지 못해서 부도가 난 경우들이 있어요. 대표의 마인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표님은 선순환의 궤도에 오르셨어요. 제가 표현한 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제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순식간에 바뀌는 기분입니다. 코치님이 하신 표현이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합니다. 신뢰의 마음으로 선순환 궤도를 떠올려보니... 맞습니다. 맞아요. 이만하면 사업을 많이 다져온 거네요. 이미 선순환이었어요"


"대표님. 우리는 바라보고 말하는 대로 살게 됩니다. 선순환의 근거는 대표님께 차고도 넘치지요. 제가 대표님의 대학 후배 예비창업자라 생각하시고 대표님의 현재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을 해보시겠어요? 반말로 해주세요~"


"네.. 아니 어. 그래. 음........ 지금 내 사업은 매출과 인력, 조직구조와 마케팅 등 모든 영역에서 선순환 궤도에 올라와 있어. 3년간 거대한 매출을 이룬 적은 없지만 나는 오히려 이것이 꾸준히 그리고 탄탄하게 사업을 다져올 수 있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사업의 모든 영역이 내 주도적인 영향력 안에서 매우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직원들 한 두 명 퇴사한다고 해서 궤도에서 이탈하거나 다운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관리되고 있는 사업체이거든. 이제 나는 오늘 이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어."


"와~ 대표님!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코치님. 제 마음과 생각이 통째로 바뀌었어요. 무슨 일이에요 이게. 현실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제가 변했네요. 코치님 덕분입니다. 선순환궤도라는 표현을 해주셨던 부분이 제 인식을 완전히 들었다 놨어요. 감사합니다."



그날 코치인 나도 변했다.



코치는 코치가 갖게 되는 인식에 솔직해야 하며, 고객을 위해 표현해야 함을 배웠다. 100가지 중 99가지가 부정적일지라도, 단 한 가지가 긍정적이라면 나는 코치로서 표현해야 함을 코칭 안에서 배웠다.


그 한 가지가 99가지를 모조리 긍정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아주 단순하게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코치로서의 영향력도 생각하게 되었다. 선순환궤도에 오르셨다고 표현했을 때 대표님이 수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코치인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단순히 라포(Rapport)라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님은 나를 진정 자신을 돕는 전문성을 갖춘 코치로 여기고 있었다.


그 전문성의 핵심은 코치로서의 진정성과 방향 아니었을까. 코치는 당신을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 당신의 성공을 위해 존재한다. 분명한 직업적 가치와 소명의식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킨다.


전문코치로서 나 혼자, 나의 열심만으로 성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과 코칭을 했으니 코치도 성장하는 거다. 코칭이라는 영향력의 테두리 안에서 고객과 코치는 상호성장한다.


뜨겁고 절실했던 스타트업 대표님 들과의 코칭은 내게 코치로서의 뚜렷한 가치와 소명의식을 불어넣어 주었던 거대한 계기가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