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내가 둘째에 대해 한 말!
"가을 딱 이즈음이었던 거 같네. 네다섯 살 정도였나. 파마해 줘서 뽀글 머리에 허스키한 목소리. 반달 눈웃음, 특유의 에너지가 있었지. 기억나?"
"완전 기억나지. 이때였었나?"
"맞아. 항상 몸이 끈적거렸었어.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맞아. 몸이 왜 그렇게 끈적였지?"
"몰라. 끈적이고 허스키하고... 잊을 수가 없어. 너무 귀여워서"
"그러게.. 한 번만 실제로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
둘째는 우리가 받을 평생의 효도를 이미 다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무렵, 둘째로 인해 아내와 내가 느낀 행복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그저 회상하는 정도만으로도 행복과 기쁜 마음이 충만하다.
둘째가 태어나 저러고 허스키와 끈적이고 다닐 무렵,
나는 나 나름 부모로서의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동시에 지니고 살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20대 때 더 성실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
'지금 30대라도 엄청 성실하게 준비해서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
그래서 둘째를 볼 때마다,
숨 가쁘고 진 빠지는 내 모습도 함께 오버랩 되어
순수하게 바라볼 수가 없더라.
사실
지나고 보니
나는 20대, 30대 모두 성실했었다.
주어진 바운더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었고,
그 바운더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었다.
둘째라는 존재 자체가
내게 주는 기쁨과 에너지는
그냥
모든 것이었다.
모든 시도와 도전 속에는
둘째의 반달 눈웃음이 책갈피처럼
중요한 책장마다 끼워져 있다.
올해 가을-
둘째의 사립기독학교 중등과정 입학지원서를 쓰고 있다.
칸칸마다 둘째에 관해 묻는 질문들이다.
나는 다시 또 최선의 성실을 다해
칸칸들을 채워보고자 한다.
'내가 둘째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요즘 부쩍 말이 없어지고,
방문 닫고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질 않는다.
허스키했던 목소리는 소녀의 음성으로 변했고
활발하고 와일드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끈적거리던 피부는 뽀송뽀송-
웃기라도 하면 백 프로 눈이 반달이 되었던, 그러나 지금 잘 웃지를 않아...
잠깐 눈 감았다 떠보니
아이가 이렇게 변해있다.
!
건강하게 잘 자라서 이렇게 곁에 있어주니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뽀글 머리 허스키 끈적였던 그 아이에 대한 행복한 기억으로
가슴 한편이 아리고 사무치게 그리워서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효도 다 했지. 건강하게만..."
지금으로부터 다시 십 년 정도 지나-
올해 가을에 바라봤던
말 없어지고 뽀송뽀송했던 둘째도 그리워질까.
나는
연구실에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동안 기도를 하기로 한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자녀를 통해 주신 축복과 감동이 차고도 넘칩니다.
주신 모든 세월에 감사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
기쁘고 행복한 만큼
가슴 미어지는 일들도 있지만,
거울 보듯
나는 더 자주
자녀들을 느끼고 경험하며 바라봐야겠다.
거울 속의 나는
결핍과 싸워온 상처투성이
불안과 전쟁을 치르는 중년 남자.
하지만 거울 보는 일을 피하지 않는다.
더 사랑하는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
자녀를 향한 내 기도 제목은 오로지 한 가지.
'더 사랑이 많은 아빠가 되게 해주세요'
결국 답은 늘 나의 내면에 있다.
사랑이 없다면
인간은 그저 유기물로 덮인 고등 생물일 뿐.
인간은 존재 가치는
결국 사랑으로 시작,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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