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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22. 2023

'아버지'라는 이름의 먼지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갈 무렵



아버지의 육신이 한 줌의 재가 되어 항아리에 담긴 채 내 두 팔 위에 얹어졌을 때를 잊지 못한다.

이 장면은 장례가 지난 후 자주 머릿속에 되새김되곤 했다. 


죽어서 자식의 팔 위에 얹어진 아버지. 

 



인간은 본래 먼지였겠구나


수많은 열정과 욕망, 기쁨과 행복, 좌절과 자책의 세월들이 한 줌의 먼지로 돌아가 

내 두 팔 위에 얹어져 있구나.


자식은 그 세월의 한 켠에서 아버지를 관찰하고 배우고 따르며 성장했다. 

먼지 속에 나도 있는 셈이다. 비중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이 뼛가루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

 

지나온 아버지의 고단했던 하루하루가 먼지 입자마다 배어있는 듯하다.  





납골당에 간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서 

항아리 속 먼지를 떠올리다 보면

결국 만나는 건 나 자신이다.


아버지의 유골 앞에서

나는 나를 본다.


아버지의 삶을 반면교사로 여긴다.


'아버지와 다르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버지처럼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납골당은 교실이 된다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숨 쉬는 모든 순간을 몸은 기억한다.

기억된 숨은 몸에 간직되어 있다가 죽어서 먼지가 된다. 


먼지 속에는 삶이 저장되어 있다. 


폐가 멀쩡했던 아버지였다.

숨이 다할 무렵에는 폐에 물이 가득했다.


물이 차오르는 것을 아셨다면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말이다. 


더 이상 숨 쉬지 못할 것을 아셨다면

내게 무슨 말을 남기고 싶으셨을까.


먼지는 간직하고 있겠지. 아버지의 마지막 숨을. 마음을.





나이 들어가는 것은 먼지로 향하는 것이다. 

내 아이들은 훗날 이 아비의 항아리 앞에서 자신들의 무엇을 보게 될까.


오늘도 잘 살아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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