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듯 아쉽다.
'자꾸 예전 아이가 생각난다.'
'세상에! 말도 없이 교체를 해버리다니.'
어젯밤 잠들기 전 혼자 계속 중얼거리게 되더라.
2년 전,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면서 거실 중앙에 화분을 두게 되었다.
온통 화이트인 집안에 길쭉하고 초록초록한 아이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있으니
자주 보고 만져보며 정을 들였지.
그 아이는 식물의 특성상 길쭉길쭉 천장으로 쉽게 잘 커서 키우는 맛이 있고,
형태 또한 식물로서 단단한 존재감을 뽐내기에 충분한 비주얼.
집안 어디에서도 보이는 자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하루도 안 본 날이 없을 정도였다.
나는 물을 주고, 잔가지를 잘라주며 나름 마음을 들여 키우고 있었다.
요즘 더워서 그런지 자꾸 잎색깔도 변하고 말라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애써 시선을 돌리며 보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외면할 수 없어서 물 주는 횟수를 나름 조절해보기도 하며
나 나름은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00 잘 키우는 방법' 하고 몰래 유튜브 검색도 했었다.
어젯밤.
귀가해 보니 그 아이가 온 데 간데없고
새로운 아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다.
나는 너무
놀. 랐. 다.
어찌 된 일인가.
귀가해 보니 거실에 새로운 아이가 와 있다
아내가 말하길,
"아~ 어제 꽃 사러 갔다가, 생각나서 사장님한테 얘기했더니 그 화분은 수명이 거의 다 한 거라더라고. 다른 식물로 교체해 주신다고 하길래, 잘되었다 싶었지."
"그.. 그래서?"
"돈 조금 드리고 교체해 달라고 했지. 화분 케이스는 그대로 하고, 새로운 식물로! 흙도 좀 더 채워주고 가셨어"
;
;
헐.
"그.. 그러면.. 예전에 걔는 어떻게 된 거야?"
"그야 뭐. 그냥 알아서 하셨겠지. 버리거나.."
오랜만에 뒷 목이 굳더라.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매일 보던 아이를.
그 아이와는 추억이 꾀 쌓여있는데..
새롭게 돋아 오르는 줄기를 보며 딸들과 줄기마다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고, 둘째 딸과는 한동안 그 아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아내나 나나 그렇게 화분을 전문적으로 잘 키우는 사람은 아니다. 애정을 기울이며 키우는 사람들 있지 않나. 매일 스프레이로 잎 닦아주고, 말 걸며 대화하고..
어떤 분은 여름이라 덥다고 선풍기도 틀어주고 그러던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다.
이미 살면서 여러 화분들의 사망을 곁에서 함께 했다.
우리가 화분 키우는 데에 재능이 없다는 것도 서로 인정한 지 오래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그 아이에게 진지했었다는 것을 잘 몰랐을 것이다.
나도 어제 상황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으니까.
아... 정말 허전하고 쓸쓸하더라.
잠들기 전까지.
마음이 좋질 않았다.
그 아이를 마음속으로만 좋아했었지, 평소 화분을 대하던 나의 태도에 큰 변화는 없었기에
아내도 내가 그 정도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내에게 화를 낼 일은 아닌 거다.
하지만 아내가 조금만 더 신중해 주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내내 마음에 있다.
나는 심란하고 아쉬운 마음을 툭툭 뱉어본다.
나 :
"새로 온 아이는 왠지 정이 안가네. 잎이 촘촘해서 그런가 얘가 왠지 성격이 빡빡해 보여"
아내:
"뭔 화분한테 성격은.."
나:
"아.. 전에 아이는 길쭉하고 보는 맛도 있고 그랬는데.. 아쉬워. 이별할 준비가 안되어있었다고"
아내:
"아 그랬어? 자기는 참 그래. 그런 면이 있어. 사람이 말이야. 큰 일 할 사람이."
더 말하지 않았다.
사실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무척 아쉽고 서운하다.
매일 보던 화분이었고, 내가 물 주고 아무튼 내 나름의 정성이 들어갔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이, 어딘가에 내팽개쳐져서 인위적으로 생명을 다하게 될 것이란 것이..
'나도 언젠가.... 그 아이처럼'.
아니다.
과한 의미부여는 하지 않기로 한다.
이 글이 길어지면 나는 신세한탄 스타일의 장문의 글을 쓰게 되겠지
제목도 나왔네. '인간의 유한함과 관계에 관하여'
아내 얼굴을 봐서 이쯤 하기로 하자.
아내는 그냥 일처리 한 거다.
내가 했어야 할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떠나진 않는다. 내내 생각이 나고 있다.
쓸쓸하고 적적하다.
정주고 정 떼는 건
참 쉬운 일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