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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31. 2023

상심의 끝

끝까지 상심하라

믿고 있는 것들!


자고 일어나면 내게 아침이 찾아올 거란 믿음.

집에서 보는 내 아이 모습이 밖에서도 같을 거란 믿음.

나는 그럭저럭 앞으로도 계속 이 정도는 살 거라는 믿음. 

내게 절망은 일부분일 뿐이라는 믿음. 

오늘처럼 내일도 어머니가 곁에 있을 거란 믿음.

아내는 나를 수용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내 믿음은 굳건할 거라 믿었던 믿음.






평소 자랑스러웠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내게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자랑스러웠던 것이 전혀 자랑스러울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상심이 온몸 가득하다.


상심하고 있다. 


뜻을 잃어버린 장수의 목적 없는 싸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어떤 의미를 위해.


미약했던 의미들이 뼛속으로 들어가 무의미로 산화되어 버린다.

내 뼈는 부패하는 중.


믿었던 것의 배신.

깊이 페어진 상처

약이 있을까

찾아보고 싶지 않다.


그대로

상심한다.


어중간하게 상심으로 끝나지 않을 계획이다.

끝까지 상심하리라. 


다시 불기 위해 

다시 팽창시키기 위해

풍선의 바람을 모두 빼낸다.


나는 상심한다.


공기는 모두 빠져나가야만 한다.

부패된 갈비뼈로 있는 힘껏 풍선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나는 상심의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아린 가슴과 시린 마음,

부패되고 있는 뼈로

어렵게 한숨 한숨을 몰아쉬며


나는 상심의 끝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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