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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Sep 08. 2023

조직을 변화시키는 사내코치의 자격

우리 조직에 사내코치가 필요한 이유

사내코치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딱 한 가지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코칭을 통해 자신의 삶에 변화를 경험한 사람이 사내코치가 됩니다. 자격은 그것으로 족합니다"


코칭을 접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아무런 변화와 성장이 없다면 코칭은 그저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처럼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정도로 여겨질 테니 말이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삶의 중요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격의 기준


'코칭시장은 자격증 장사다'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부정하지 않는다. 말의 뉘앙스가 그다지 호의적으로 들리진 않았지만 나는 인정한다. 


한국의 코칭시장은 코치에게 자격을 부여하며 성장해 왔다. 전 세계 코칭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치에게 자격이 중요한 이유는 공신력 때문이리라. 코치 자격을 갖추면 어느 정도의 실력이다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고, 이는 시장에서 계약과 수익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이다.


자격증에 대한 방향이 맞다 틀 리다를 논하고자 말을 꺼낸 것은 아니다. 다만 사외코칭 시장의 이러한 행보가 사내코칭과 어떻게 연결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언급을 해보는 일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직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언급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으니 양쪽 모두를 경험한 입장에서 주관적 견해를 펼쳐본다.


S사에서 사내코치를 양성하며 자주 접했던 문의도 같은 맥락이다. 

'사내코치가 조직 내에서 코칭활동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한참 사내코치 양성을 위해 교육을 진행하던 도중 들었던 질문이다. 빠지지 않고 나왔던 얘기 또한 자격증에 대한 것이었다. 


기초자격(KAC)을 취득하면 정식으로 사내치로서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합의를 보자는 의견도 있었고, 요즘 코치 1만 명 시대이니 수준을 조금 더 높여서 프로자격(KPC)은 취득하고 활동을 열어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자체가 내겐 참 소중했다. 이런 말은 그냥 내뱉을 수는 있어도 그리 간단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내코치의 활동을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기초자격인 KAC를 취득하기 위해 코치는 제일 먼저 스무 시간 이상의 협회로부터 인증된 교육과 제시된 실습시간을 채워야 한다. 그뿐 아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 협회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이론테스트 및 서류심사와 실습심사를 거쳐서 자격이 수여되는데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여간 긴장되는 일이 아니다.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가 적잖게 들어간다. 기초자격이라 할지라도 가만히 교육이수만 하면 얻게 되는 자격은 아닌 거다. 개인에 따라 결코 쉽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프로자격인 KPC 역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야 응시가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코치협회 자격증을 기준으로 하여 조직 내에서도 사내코치를 임명하자는 언급이 있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누구나 쉽게, 노력 없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하게 될 사내코치는 코칭을 통한 변화를 경험한 사람이어야 한다. KAC냐 KPC냐도 중요한 기준이겠지만 그 기준을 앞서는 본질은 바로 코치 자신의 '변화'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구성원 코칭이 어려운 이유


이렇게까지 변화를 강조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내코치는 사내에서 근무하는 리더일 가능성이 크다. 나처럼 외부에서 채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회사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존의 리더를 사내코치로 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그 '기존의 리더'가 사내코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리더로서 조직에서 포지셔닝이 되어 있다는 것은 그의 성향과 리더십 방향 등에 대해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나있는 상태이리라 본다.  


리더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인플루언서'라고 봄 직 하다. 말과 행동에 영향력을 갖는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말, 행동, 습관, 사고관, 일처리 방식 등을 24시간 학습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일까. 리더는 자신이 인플루언서로서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긴 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에는 매우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리더가 20시간 정도의 코칭교육을 받고 KAC이던 KPC이던 코치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갑자기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일이 쉽겠는가. 오랜 시간 리더로 살아온 방향성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코치 자격을 취득한 이후임에도 구성원들을 코칭하는 일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리더들이 있다. 리더가 코칭을 허투루 배우지 않은 이상 경청이 무엇인지, 공감과 인정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다. 적재적소에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과는 그리 잘 통하던 코칭기술이 유독 구성원과 대화를 할 때엔 통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리더십을 펼치기 위한 도구로서의 코칭이 조직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뛰어넘는 진정한 변화는 리더 자신의 변화에 있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하는 경청과 질문 기술보다 리더 본인이 코칭을 통해 변화해 가는 하루하루에 더욱 관심이 있다. 유심히 본다. 관찰한다. 


구성원은 리더의 회사생활, 삶 자체에서 리더의 변화를 감지한다. 코칭세션보다 리더의 일상적 말과 행동을 통해 변화를 본다. 회의를 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뉘앙스를 통해, 의사결정의 순간을 보며 파악한다.


'리더 당신도 변화되지 못했으면서 입으로만 하는 코칭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별로입니다'  


이쯤 되면 구성원에게 코칭하는 것이 왜 어려웠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리더가 사내코치가 되어 구성원을 코칭한다는 것은 리더의 능력 여하가 아닌 거다. 구성원이 리더에게 얼마나 마음을 여느냐에 달려있는 일이다.


코칭 기술을 잘 연마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외 코치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사내코치에게는 자신의 변화가 기본이다. 코칭을 통해 변화된 사내코치를 보는 것이야 말로 고객(구성원)에게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된다. 본인도 당신처럼 변화되고 싶다고 코칭을 해달라고 줄을 설 것이다.






변화가 자격이다


사내코치로서의 자격을 자격증 획득을 기준으로 부여한다면 체계적이고 간편해서 좋겠지만, 사내코치와 구성원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저분은 KPC인데 코칭이 형편없어"

"이 분은 KAC라서 코칭이 이 정도인 건가"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이다. 자격증만을 강조한다면 조직 내에 오만가지 오해가 양상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내가 사내코치 양성과정에서 집중했던 것은 오직 하나다. 어떻게 하면 사내코치 자신이 코칭을 통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느냐 이다.


어떤 사내코치는 KAC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어려웠던 팀원과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엄청난 변화다. 어느 사내코치는 사내코치양성 과정 교육을 받던 도중 오랫동안 관계가 소홀했던 부모님과 화해를 했다. KAC 자격을 갖추기 전이었다. 변화한 거다. 


KAC냐, KPC냐가 중요할까? 코칭을 통해 삶 속에서 경험한 변화가 사내코치 자신에게 소중해서 마음에 불을 품고 구성원을 코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성공적으로 롱런하는 사외코치들 대부분은 코칭 자체를 좋아한다. 자신이 코칭의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사내코치의 세계도 맥락적으로 같다고 본다. 사내코치 자신의 변화가 먼저다. 스스로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뜨거움으로 구성원에게 다가가 코칭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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