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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Sep 11. 2023

어떤 직급을 사내코치로 양성해야 할까

우리 조직에 사내코치가 필요한 이유

누가 사내코치가 되어야 할까.

어떤 리더 계층을 사내코치로 양성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럼 나는 대답 대신 현재 조직에서 가장 많은 교육을 수혜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 인지 질문하고 그 이유도 귀담아듣는다. 


조직에서 교육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문제가 있거나, 키워야 하기 때문. 


어느 특정 계층이 갖고 있는 문제가 두드러질 때 교육을 통해 변화를 꾀한다. 반대로 조직이 전략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론칭할 계획이거나 미래성장을 위한 핵심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인력들을 집중해서 키워나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서장들의 소통이슈가 몰려 해결해야 할 하나의 테마로 굳어지는 경우 조직은 자연스럽게 부서장의 소통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에 힘을 쏟는다. 통상 기업에서는 그게 무엇이든 문제라고 확정되는 순간 개선하기 위해 뭔가를 한다.  개선해야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부서장들에게도 교육을 통해 나아질 기회가 주어진다.


반대로 미래성장 핵심인력이라는 특정 계층을 만들거나 핵심인재 후보군을 별도로 선발하여 관리 육성 하기도 한다. 이는 우수인재의 이탈을 미연에 방지하고 조직 충성도를 높여 미래 사업을 열어나가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장기적 관점의 인력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교육이 포함되곤 한다. 


어떤 리더 계층을 사내코치로 양성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러한 질문을 내게 할 정도로 진지하다면 그 조직은 이미 사내코치 양성이 꼭 필요한 상태일 것이라 본다. 더불어 위의 맥락으로 연결해 볼 때, 사내코치 양성을 고민할 정도로 조직에 문제가 있거나, 혹은 장기적 관점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내 예상이 맞다면, 향후 사내코치가 될 사람은 조직의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하거나, 조직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고 좋은 것은 도입하는데 힘쓴다. 사내코치가 하는 일이 이러한 일과 정확히 매칭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타깝지만 본질적으로 사내코치의 일은 조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컨설턴트나 미래전략팀 리더의 역할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래전략을 짜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을 더욱 잘 해낼 수 있도록, 성과가 도출되도록 돕는 것이 사내코치가 하는 일이다. 


사실 사내코치로서 적합한 대상이 누구라고 딱 짚어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직마다 규모가 다르고 기능도 다양하며 사정도 다 다르다. 현재 조직이 처한 상황은 해당 조직만의 것이기에 상세히 살펴보며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조직을 잘 파악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해 온 당신 만이 방향을 설계할 수 있다. 그 방향이 무엇이든 나는 존중한다. 이미 충분히 고민을 해보았기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있을 거라 예상도 한다. 당신이 설계해 온 방향이 효과가 있길 바란다. 


하지만 만일 위에서 언급해 온 것과 같이 사내코치 대상자를 문제해결자나 미래설계자로서의 역할로 검토하고 있다면 다시 고민해 보길 권한다. 


사내코치로 양성할 대상 선택에 있어 기준으로 삼을 만한 의견과 경험을 이야기해보겠다. 당신의 고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적의 기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외국계 등 조직의 형태와 규모를 총 망라하여 공통적으로 적용할 만한 기준은 오직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내코치로서 적합한 계층은 조직 내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하는 계층이다. 업무를 하는데에 있어 많은 대화와 협의를 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곳, 휴먼터치가 자주 이루어지고 업무 일상이 소통 자체인 부서의 리더를 사내코치로 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일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CEO라면 그가 사내코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장 많은 소통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채널을 보면 수많은 댓글이 붙어있다. 단순히 영상이나 콘텐츠만 올려놓고 마는 것이 아니라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거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영향력이란 콘텐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소통량에 있다고 봐야 한다. 


소통이 업무인 사람은 코칭을 배우고 즉시 활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워낙 많은 소통을 하기 때문에 코칭의 활용이 확장되는 것 역시 시간문제이다.


실제로 나는 10명 단위의 조직을 운영하는 가장 소통이 활발한 리더들을 사내코치로 양성하여 1년 안에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본 경험이 있다. 만일 소통이 업무성과에 중요하지 않은 조직이었다면 코칭의 효과가 조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생각한다.  



직급보다 직책


일반적으로 팀단위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사내코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임원과 같이 높은 직급인 리더가 사내코치가 되는 경우, 조직 전반에 코칭문화가 확산되는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일례로 코치가 된 임원은 별도의 코칭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사내에 코칭문화 확산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내코치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 역시 S사에서 팀 내에 코칭모듈을 만들어 코칭만을 전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게 나의 능력만으로 되었겠는가. 임원 이상의 리더가 코칭에 대한 확신과 강력한 결단력으로 밀어붙여야 만들 수 있는 것이기에 흔한 일은 아니다. 


코칭을 전사에 확산하는 것은 높은 직급의 리더일수록 유리하다. 보통 임원이 코칭을 배우고 좋으니까 부서장들을 코칭펌에 보내서 코칭을 배우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나쁘지 않다. 조직에 코칭에 대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칭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해서 조직이 급격히 달라질까?  


우리는 지금 사내코치 양성을 고려하고 있다. 사내코치의 코칭활동이 조직에 효과가 있게 하려면 조직내부에서 코칭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코칭세션이 많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임원이나 부서장 등 높은 직급의 리더가 적극적으로 코칭을 하는 것이 조직의 성장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 만으로는 코칭이 조직의 문화가 되게 하는 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본다. 


반드시 리더여야만 코칭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사내코치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조직의 문화를 달라지게 하는 것에 있다면, 꼭 사내코치 양성 대상자를 리더로 묶을 필요는 없다. 


리더가 아닌 구성원 가운데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혹은 영향력을 미쳐야 하는 포지션의 구성원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을 코치로 양성하여 조직문화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방법도 매우 유용하다. 전문코치로서 갖춰야 할 윤리의식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동료 사내코치가 코칭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리더는 아니지만 영향력이 있는 구성원을 사내코치로 양성하여 아예 직책을 사내코치로 부여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오히려 사내코치가 되었지만 바쁜 현업으로 인해 코칭을 활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높은 직급의 리더보다 정식으로 직책을 부여받은 구성원인 사내코치가 책임감을 갖고 더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가는 것이 조직문화 관점에서 더 좋을 수 있다.  



실적보다 인성


일을 잘하면 코칭도 잘할 거라 예상하는가? S사에서 처음 사내코치를 양성할 때 업무실적 기준으로 대상자를 추출했었다. 처음이었고 일단 회사의 방향성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일을 잘하고 업무실적이 높은 사람일수록 코칭을 습득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거고, 본을 보여 많은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신 나는 의사결정권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실적 기준으로 대상자를 추출하되  내가 직접 일일이 만나 인터뷰를 한 다음에 최종 선발하겠다고. 


실적이 좋은 것보다, 어떻게 실적을 올려왔는지가 중요하다. 구성원을 닦달하고 압력을 가하며 실적을 짜내어 대상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리더라면 사내코치 대상자에 적합하지 않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나 뜬구름 같은 이슈들을 말로 실어 나르는 리더 역시 실적이 높아도 사내코치 대상자에서는 탈락이다. 본인의 승진을 위해 감투를 갖추는 용도로 사내코치가 되겠다고 하는 리더 역시 탈락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사전조사와 인터뷰에서 판가름 난다. HR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여 인사기록 카드를 철저히 분석하였고, 평판조회와 함께 대상자들로부터 지원서를 받아 인터뷰했었다. 얼굴을 맞대고 코칭스타일의 인터뷰를 통해 대상자의 욕구와 가치가 표현되도록 했다. 


물론 대체로 실적이 우수한 리더가 일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으며, 인성도 훌륭했다. 요즘 인성은 별로인데 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호통치며 실적을 올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코칭은 고객(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이 기본이다. 원하는 것은 있지만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 코칭은 고객(구성원)만이 실행할 수 있는 자신만의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고 실행을 촉진한다. 코칭을 받고 나면 나만의 실행안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바로 코치와 고객(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덕분이다. 


상호작용을 위해 코치는 고객을 품을 수 있는 인성과 인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품이 우수한 코치는 이미 90%는 완성된 거다. 고객이 코치로부터 매력을 느끼고 있을 것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전문코치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코칭실력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알고 지내는 글로벌 코치는 고객이 코치를 신뢰하도록 마음을 여는 역량이 탁월하다. 고객은 코치의 인품을 믿고 마음을 여는 것이라며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실적보다 인성이 우선이다. 실적 좋은 사람에게는 방법을 얻고 싶겠지만, 인성 좋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마련이다. 



자발성과 대가지불


야근도 했는데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영어학원에 가는 동료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다음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출근을 하는 동료.  주변에 한 두 명 있지 않은가?


주중에는 회사일로 정신없는데 주말조차 자기 시간을 쏟아가며 대학원을 다니는 동료도 있다. 주변에 꽤 있다. 배우자도 있고 자녀들도 있는데 주말시간의 절반 이상을 공부와 자기계발에 힘쓰는 동료들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러한 유형의 자기계발러가 아닐까 싶다. 현업도 바쁠 텐데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자 글을 읽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영어학원, 헬스장, 대학원...

다 큰 성인이 누가 시킨다고 하는 것들 이겠는가. 나는 이러한 생각과 행동을 모두 '자발성'이라 묶는다. 자발적으로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노력하고 나아지고자 한다. 그들의 생각은 긍정으로 가득 차 있고, 실제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질문하길, 그렇게 성실해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물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남을 돕겠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배워서 남 줄거리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참 많다. 


자기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들여서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고 싶다니.. 결이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 하는 영역일 것이다.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자신과 세상이 보다 나아지게끔 댓가지불하는 사람들. 훌륭한 사내코치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나는 훌륭한 코치치고 자기계발에 나태한 코치를 본 적이 없다.   

  

사내코치가 되어보겠다고 지원했던 대상자들을 인터뷰하며 내가 빼놓지 않고 전달했던 말이 있다. 사내코치는 자기계발을 넘어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는 일을 감당한다. 사내코치가 되는 것보다 되고 난 이후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배우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라면 나와 함께 사내코치로 가는 항해는 과감히 포기하라고 권유도 하곤 했다.    


"구성원을 위해 사내코치가 되어 자발적으로 헌신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대가를 지불하셔야 할 겁니다. 회사의 공식적 업무가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


여기에 예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대상자가 나와 함께 조직의 코칭문화를 만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자발성과 대가지불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다. 자발적으로 코칭이라는 배움의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 사내코치다. 누가 시켜서 신청하는 것은 모두 탈락이다.


동료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먼저 자신의 전문성과 시간을 대가지불을 하는 존재가 사내코치다. 직급이 높던 아니던 이런 사람들은 꼭 사내코치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사내코치라는 직급이 아닌 명확한 직책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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