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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Sep 25. 2023

신뢰형성이 덜 된 구성원과의 성과면담이 부담된다면?

구성원 중심의 대화를 하라!

쎄게 말해도 될까요?


제약회사 영업팀 팀장 K의 질문이었다.




K와는 총 10회기 코칭을 계약했다. 2회기 코칭세션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는 코칭주제 외에 또 다른 고민이 있다며 잠시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다.


"다음 코칭세션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서요. 이건 코칭 말고 코치님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자주 있는 일이다. 코칭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식이 열리면서 궁금한 것들이 생긴다. 코칭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기도 하지만, 깊은 인식을 할수록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순간들도 많다. 현재 K의 문의가 그러하다. 솔직해져야 할 때다.


"팀장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코치가 고객에게 조언을 하진 않아요. 대신 팀장님 말씀을 듣고 제 경험 중 해당될 만한 인식이 있다면 공유하며 인사이트를 함께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30분 정도 시간 할애가 가능합니다. "




최근 인사개편으로 자신의 팀원으로 들어오게 된 B영업사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K의 회사가 정기 인사개편을 실시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유래 없는 인사로 파격적이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번 인사는 철저히 성과와 수치대로 진행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B가 속했던 기존의 팀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요. 개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건 조직을 재구성 한 셈이죠. 이변이었습니다. 누구도 예상을 못했거든요. 팀을 없애다니.. 심지어 그 부서의 팀장은 그 일로 퇴사까지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회사 분위기가... 상상이 가시죠? 부서장들 많이 예민한 상태예요. 실적 때문에요."   


배경설명이 장황해지고 있었다. K는 자칫 신세한탄과 남 탓으로 자신의 발언이 번질 수 있음을 자각하고는 대화의 핵심을 잃지 않으려 노다.


"음. 말씀드리려는 부분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가 B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B의 예전 팀장이 갑자기 퇴사를 해서 B에 대해 인수인계를 받은 것도 없고요. 한 달 정도 같이 있어 보니, 사람은 성실한데 실적이 영 시원치 않아요."


K는 B에 대해 정보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자신의 팀원으로 받아들이고 신뢰가 형성되기에 아직은 시간이 부족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는 시점에서 B의 부진한 실적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거대한 인사개편이 있었다. K는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옆 팀이 공중분해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개편 이후 한 달, 그는 그 일이 언젠가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B와 성과면담을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B와 신뢰가 덜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할 말은 생각해 놨는데, 그냥 제 말만 하면 별로 면담의 효과가 없을 것 같거든요. 아직 서로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이번 성과면담 정말 부담돼요. 그냥 쎄게 말해도 될까요?"





K는 쎄게 말해도 될까? 약하게 말해야 하나?


만일 B와 예전부터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면 K는 쎄게 말을 하는 것을 당연시했을 것이다.


"팀장님, 쎄게 말한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질문에 K는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자세를 고쳐 잡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코치님과 코칭대화 할 때와는 스타일이 좀 달라지겠죠. 예상하시듯이, 강한 어조로 필요에 따라 언성을 높일 수도 있고, 혼을 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고요. 그렇게 해서 B의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근데 신뢰가 좀 되어 있는 팀원이라면 부담이 적을 텐데, 지금은 많이 부담돼요"



K의 관점을 요약해 보면 이러하다.

(1) 나는 성과면담에서 쎄게 말한다 (강한 어조, 혼을 내기도 하는..)
(2) 신뢰가 형성된 팀원들의 성과면담은 쎄게 해도 된다
(3) B와는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쎄게 해도 될지 부담이 된다
.
.
(K의 이면: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쎄게 말하면 안 된다)

    

 



    


지금은 K라는 팀장의 리더로서의 자질, 구성원을 바라보는 관점, 피드백 역량에 관해 평가하는 시간 아니다. 그는 제약영업 분야에서 20여 년 동안 좋은 실적을 유지해 온 베테랑 영업맨이다. 오랜 기간 회사에 큰 이윤을 남겨왔다.


세상이 변하고, MZ문화가 대두되었으며, 리더의 원온원(1on1)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어느 조직이나 K와 같은 부서장은 존재한다. 오히려 K와 같은 부서장은 여전히 회사의 실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K가 성과면담을 하고 나면 팀의 실적이 오른다. 회사 입장에서 K의 리더십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K는 회사가 선호하는 부서장이다. 설사 성과면담으로 인해 팀원의 퇴사가 발생하고, 소통이슈로 시끄러워지더라도 회사는 실적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K의 리더십에 대한 판단은 일단 넣어두기로 하자.






"팀장님, 아까 말씀드렸듯이 조언을 드리는 건 아니고요. 팀장님 말씀을 들으며 드는 제 생각을 공유드리고 싶어요. 괜찮으실까요? 'B와의 성과면담' 만을 놓고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아 물론이죠. 새겨듣겠습니다."


"간단히 두 가지 생각과 하나의 정보를 공유드릴게요."




I 담의 질이 신뢰를 좌우한다

구성원에게 유익한 질의 대화일수록 신뢰가 올라간다.


"팀장님, 성과면담은 목적이 분명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면담이 면담으로 끝나면 안 되겠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성과면담은 구성원이 면담 이후 행동이 변화되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렇죠. 구성원의 변화를 위해 면담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부수적인 생각들은 일단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과면담의 목적에 있어 신뢰형성이 본질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신뢰형성이 잘 되어있으면 성과면담에 유리하고 팀장님 마음이 편하시겠지만 본질은 아닌 거죠. 구성원은 자신의 성장과 업무에 도움이 되는 대화라면 그 자리가 유익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기존에 별도의 신뢰형성이 없었더라도 양질의 면담만으로 팀장님께 신뢰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아!  면담이 B에게 유익하다면, 그 자체로 신뢰는 만들어지는 거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네. 구성원도 서둘러 부진을 만회하고 싶을 겁니다. 지금 구성원에게는 팀장님과의 현실적이고 농도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취미, 가족 이야기를 꼭 지금 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진심으로 B의 성장을 위해 대화를 나누시다 보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I 정말 중요한 것 다루기

상대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는 대화일수록 신뢰가 올라간다.


"팀장님, B에게 유익한 면담이 되려면, B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다루시길 권유드립니다. 미리 말씀하실 것을 준비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만 이번에는 팀장님의 생각보다 B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놓고 면담에서 다루셨으면 좋겠어요."


"아.. 왜죠?"


"대부분의 리더들이 면담에서 다룰 내용을 미리 준비하고, 할 말도 미리 계산을 하곤 하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루어진 면담의 결과가 구성원의 성장으로 이어진 경우는 제 경험엔 별로 없었어요. 이유는 명백합니다. 구성원이 생각할 때 팀장님의 이야기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다면 그 면담은 팀장님의 일방적인 전달로만 끝나기 때문이죠. 팀장님이 전달하시는 말씀들이 정말 중요한, 그야말로 양질의 내용이었음에도 안타깝게도 구성원에게는 와닿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  정말 그러네요. 제가 애정을 담아서 혼을 내도 그때뿐인 경우가.. 대부분 제 할 말만 했을 때였어요. 저는 뭐 준비했던 말을 다 한 거니까 저 나름 노력을 한 거죠. '일방적인 전달'이 맞아요. 속상하지만 인정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혼을 내면 저라고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혼내놓고 밥 사주고 커피 사주고, 술도 사는데 영 가까워지지 못하는 게 전부 제가 중요한 것들 만을 다뤄서 그런 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


"에이, 너무 자책하진 마시고요. 우리가 지금 함께 생각해봐야 할 건, 상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다루면 신뢰형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는 겁니다. 코칭에서 제가 팀장님께 주로 질문을 하잖아요. 지금처럼 이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고요. 팀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놓고 함께 대화하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침묵).. 아. 그래서 그렇군요. 코치님과 저는 원래 모르던 사이였잖아요. 그런데 정말 짧은 시간인데도 코치님께 신뢰가 확 생기던데요. 코칭이 그렇잖아요. 제게 가장 중요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하니까. 코칭세션만으로 코치님과 신뢰가 형성된 거군요. 같이 골프를 치거나 등산을 간 것도 아닌데요.. 허허"


"네. 면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B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함께 다루시는 것만으로도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일 겁니다."


  




[신뢰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성과면담 방법]

성과면담이 구성원에게 유익한 양질의 대화가 되도록 한다.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대화 자체가 리더와 구성원 간 신뢰가 형성되는 지름길임을 기억하자. 별도로 신뢰형성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구성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다루는 면담일수록 신뢰가 올라간다. 리더에게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대화는 내용전달 일 뿐, 면담이라 볼 수 없다. 구성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를 놓고 대화하자. 상대에게 정말 중요한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면 신뢰는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다.


추가로 양질의 성과면담을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될 정보를 하나 공유한다.





I 구성원의 강점을 드러내기

리더의 피드백에는 구성원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담겨있다. 잘했다 못했다는 이야기만 나누기 위해 성과면담이 마련된 것이라면 대화가 얼마나 건조하겠는가. 이분법적 사고와 표현은 심플하지만 매력은 없다.


구성원의 약점을 지적하는 스타일의 면담도 매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미약한 부분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하는 것을 어느 누가 선호하겠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도 있다. 한결같이 잘하는 사람도 없고, 모조리 못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우리는 어느 곳에 시선을 둘지 결정할 수 있다.


성과를 놓고 나누는 대화라고는 하지만 리더가 의도적으로 '구성원의 강점'에 시선을 두고 현미경을 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재직자 행복도 TOP10 '대학내일' 인재성장 팀장이 쓴 '무조건 통하는 피드백 강점 말하기'라는 책이 있다.

피드백이 부담되는 리더라면 정독을 권한다. 구성원의 강점을 드러내는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특별히 '대학내일'은 거의 모든 구성원이 MZ세대이고, 국내에서 직원들의 직무만족도와 몰입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가인지캠퍼스 북클럽에 이에 대해 핵심을 정리한 미니강의가 있어 공유한다.

(가인지캠퍼스_북클럽)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2291






성과면담은 단순히 구성원의 실적만을 놓고 '잘했다, 못했다'를 피드백하기 위한 대화가 아니다. 성과면담은 구성원에게 변화의 동력을 부여하는 대화다. 구성원 자신의 현 위치를 분명히 조명하고 방향을 설계하는 리더와의 신뢰와 팀웤이 확장되는 기회의 장이다.


이를 위해 성과면담의 방향을 명확히 하자. 이제는 본질에 접근하자.  '구성원에게 유익한 대화', '구성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다루는 대화', '구성원의 강점이 드러나는 대화'를 성과면담에 적극 반영해 보도록 하자.


쎄게 말해도 될지 말지는 성과면담의 본질이 아니다.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
















https://brunch.co.kr/brunchbook/jiel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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