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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Oct 12. 2023

하와이 5박 7일, 인식의 변화

평소 입어 볼 생각도 하지 않던 옷을 입는 아내를 보았다.


전혀 야하지 않아서 나는 아무런 무리가 없겠구나 싶었지만 아내의 관점은 달랐다. 

"팔뚝 살, 겨드랑이 살 때문에 한국에선 못 입어"


아.. 살 때문이었구나.. 난 또 야하냐 아니냐에 대한 것인 줄 알았구먼...


하와이에 오니 패션이랄 것도 없다. 여기저기 훌러덩! 와이키키에서 상의는 거의 벗고 다니기도 한다. 이틀정도 이 상황 속에 있다 보니 내가 안 벗고 다니는 것이 좀 이상할 정도였다. 


"오빠도 그냥 웃통 벗고 다녀. 살 좀 태우는 거지 뭐."

.

.


벗을 뻔했다. 






"어머나, 저 사람 좀 봐!"


아내가 보라고 한 사람은 티팬티를 입은 흑인 여자분. 하의가 티팬티이니 상의는 어떻겠나. 그러나 아내가 보라고 한 건 티팬티만 이라기보다, 그 사람의 체형과 움직임 등 보편적 시선이었던 것 같다.


떡 벌어진 어깨에 불룩불룩한 몸매. 한국 사람에게는 없는 여자체형. 


와이키키 비치에서 얼마나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놀고 있던지, 한참 동안 시선 강탈 당했다. 


이뿐만 아니다. 

고개를 돌리니 뚱뚱한 사람이 널려있고, 그들끼리 또 진한 스킨십을 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 남이 보든 말든. 


우리 가족은 래시가드로 온몸을 칭칭 감고, 절대 햇볕에 노출되지 않겠노라는 각오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 여기에서는 내가 정상이 아닌 거지. 


그냥 사람 구경하고 다니는 건데, 인식이 많이 변해간다. 


아내는 노출이 좀 있는 원피스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입었다. 하와이에 도착하고 이틀만의 일이었다.






인식이 변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누워 있는 거지를 봤다.

거지도 뭔가 앤틱해 보인다. 아 있어 보여..


그의 반려견은 앉아 있는 자세도 우아하다. 밥그릇도 뭔가 하와이스럽구나. 


거지는 노래를 부르며 당당하게 영어로 구걸하더라. 거지가 아니라 무임여행을 하는 여행자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나는 느슨해지고 있었다. 

호텔에서 정수기가 있는 복도로 물 뜨러 가면서 옷차림이 고민이 되더니, 이틀이 지나자 웃통을 벗고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더라.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도 가볍게 인사하고..


아.. 한국 친구들은 어제 기온 뚝 떨어져서 패딩 꺼냈다던데..


자유로움. 


아내가 말했다.


"여기 살면, 또 이렇게 살아질 것 같아. 자연스럽게.."


인간의 인식이란 게 얼마나 가벼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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