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비 Aug 22. 2020

아빠의 훈육과 엄마의 고민

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 외식으로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갑자기 먹게 된 이유는 제가 친구들에게

"나 사실은 며칠 전 가출했었다."라고 가볍게 무용담처럼 자랑했는데, 제가 걱정이 되었는지

"안 되겠다. 우리 외식하자."라고 해준 고마운 친구들이었습니다.


우리 외식의 주제는 "남편의 훈육"이었습니다.


저는 애들에게 화를 거의 내지 않는데, 그것은 참는 것이 아니고 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애들에게 화가 나지 않습니다. 그냥 애니깐라고 기준을 한참 낮춰 생각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허용이 됩니다. 단,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남에게 피해 주거나 불편한 행동에 한해서는 제 나름대로 따끔히 혼을 내줍니다. 그런 저를 보고 남편은 물러서 애들이 버릇이 없다며 불만이 많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많은 부부가 우리 부부와 비슷합니다. 제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니,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 수 있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엄마들의 불만은 다음 정도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1) 남편은 "너 그렇게 하면 혼나"라는 표현만 씁니다.

예를 들면 "말 그렇게 하면 혼나." "혼자 가면 혼나."

왜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왜 혼자 가면 안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이 화만 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그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보다는 혼나는 것이 무서워서 아님 귀찮아서 피하게 됩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친구가 기분이 상해." "엄마도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안 좋아." 같이 짧은 설명을 해주면 아이의 행동이 한 번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할 것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위험한 상황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면 당연히 훈육이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친구에게 욕을 했다면 당연히 무섭게 혼나야 합니다. 이건 명백합니다. 그런데 "엄마 미워." "아빠랑 안 놀아"라는 표현을 했다면 훈육을 해야 하는 걸까요?

제 기준으로는 아이들이 알고 있는 언어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에 어떤 단어를 쓴 것에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 아이의 감정에 공감을 해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엄마/아빠에게 버릇없게 그게 뭐야"라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6살 아이가 그런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 "버릇없다"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생각을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엄마도 그런 말 들으니 기분이 안 좋다. 왜 엄마가 미운지 얘기해주면 안 될까?"라고 얘기하면 아이들이 곧잘 얘기합니다. 또 제가 지금껏 관찰한 결과 아이들은 기억을 잘 못합니다. 말을 떼기 위해서 2년 동안 쉴 새 없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이런 이야기도 최소 2년은 들어야 채득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단기적 효과가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말 효과적일까요? 저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다가갈 수 없는 부모가 되는 것이 더욱 걱정이 됩니다.


2) 혼이 난 아이에게 "그만 울어"라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우는 소리에 둔감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은 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혼이 난 아이에게 "그만 울어"라고 더 무섭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럼 아이는 울고 싶지만 꾹 참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이 난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우는 행위입니다. 물론 좀 더 영악한 아이들은 끝까지 울음을 참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이 같은 행동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혼이 나서 마음이 아픔 아이가 조금은 울게 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혼이 나야 하는 상황 외 이야기까지도 합니다.

제가 제일 조심하는 부분입니다. 지키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 것 아이를 협박하거나 겁을 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것은 어른으로서 본인보다 약한 상대를 심리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는 무기력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너 이렇게 말 안 들으면 장난감 다 갖다 버릴 거야." "다시는 장난감 안 사줘" "놀이동산 다시는 안 갈 거야" 등의 이야기입니다.

혼이 났을 때는 그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끝나야 합니다. 물론 아이가 정리를 잘 안 한다. 그럼 순간 화가 나서, "너 정리 안 하면 장난감 다 갖다 버릴 거야"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돕니다. 그러나 진짜 갖다 버릴 것인가요? 이 말을 꺼냈을 때는 정말 다 갖다 버릴 각오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아이에게 협박을 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다면 그것은 정말 폭력입니다.


심리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복잡합니다.


논리적인 생각과는 별개입니다. 게다가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저는 저희 부모님에게 혼이 난 적이 없습니다. 혼이 날 상황이 없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부모님께서 죽을힘을 다해 화를 참으셨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인지 저도 애들에게 화가 안나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저에게 많은 것을 허용해 주셨으니,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허용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화가 났을 때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며칠이고 저에게 말을 안 하셨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저는 너무 무섭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제가 참기 힘듭니다.


며칠 전 남편이 아이에게 크게 화를 냈습니다. 중간에 끼어들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아이의 우는 소리가 커지자 견디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제가 끼어들었습니다. 그 사실에 남편은 더 화가 났고, 아이는 저에게 달라붙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남편이 화를 내기 전에

"첫째야 네가 이러한 잘못을 해서 우리가 불편했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자. 그리고 아빠도 그렇다고 큰 소리 낸 건 아빠도 잘못이야. 서로 잘못했으니 둘이 화해 하자." 라며 상황을 정리합니다. 그러나 그날은 그렇게 정리하긴 상황이 심각해져서 그렇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남편은 가 버리고, 아이는 제가 달래주다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공통으로 아빠들이 하는 얘기라고 공감했는데,

"너는 다 옳고 나는 다 틀리지."


남편이 그런 얘기를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우리(여자와 남자) 사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우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서로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을 공유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처음으로 아빠와 엄마가 된 것이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네가 맞을 수도 있고, 내가 맞을 수도 있고, 둘 다 맞을 수도 있고, 둘 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허용적인 삶을 살았던 와 조금은 엄한 가정에서  자란 남편과 제가 같은 양육관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희는 결혼 후 남편이 지금껏 공부와 일에 바빠 육아 참여를 시간적으로 많이 하지 못했고, 우리 생활을 공유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 육아와 집안일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었습니다. 초반에는 저도 그런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저도 출산휴가 3개월 만에 복직을 해서 일하랴 육아하랴 무언가를 고민할 생각이 없었고, 엄마와 같이 육아를 하다 보니 훨씬 더 허용적인 육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 남편은 항상 미안한 마음에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제 의견을 다 따라 주었습니다. 그러다 남편이 시험이 끝났고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보이는 것도 더 많고 본인의 역할을 찾고 싶어 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나름대로 지금껏 혼자 해왔는데, 남편의 도움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있을 때니 대화를 통해 조금씩 좁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전에 제가 한 것처럼 아빠가 아들을 훈육하는 사이 엄마가 들어가는 것은 매우 안 좋은 방법이라 합니다. 아들과 아빠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며, 아들이 아빠를 무시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남편의 훈육이 끝난 후 남편과 둘이서만 이 주제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껏 이것이 이유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남편과의 어려움을 많이 얘기합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 봤는데, 장기전이 된 코로나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 시기를 잘 이겨 내면 더욱더 단단한 부부관계와 화목한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