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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Aug 18. 2020

아내의 혼자 쓰는 편지

글쎄,

이 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압니다. 그것은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라는 것을요.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좋아했던 공주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꼭 결말이 이렇게 나왔었지요.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것이 가능은 한 결말일까요? 정말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있을까요?



며칠 전 가출을 했습니다.

남편에게 화가 나서 풀리지 않은 상태로 있은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그와 행복했었던 기억이 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통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니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그는 이것을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핸드폰만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갈 곳은 많았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살기에 하룻밤 재워 달라 해도 되고, 밤새 술을 마셔달라고 부탁해도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태로 누구를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문제로 그들의 가족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그럼 집 옆에 있는 호텔에서 일박을 하며 호캉스를 즐겨 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아까웠습니다. 차라리 애들이라도 데리고 나왔으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내 집 두고 호텔에서 자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럼 호텔 라운지 바 가서 술이나 한잔 할까? 그것도 귀찮기도 하고 돈도 아까웠습니다. 그럼 즐겨 가던 와인바를 갈까? 그것도 혼자 처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친정집에 갈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애들 때문에 다시 집으로 와야 하는데, 기름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나는 돈이 뭐길래 멋지게 나와서는 이렇게 돈에 얽매일까 싶어 코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오랜 장마 속 그날만은 날씨가 맑고, 선선했습니다. 그냥 정처 없이 걸었고 그것만으로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공원을 발견했고, 그 옆에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결국 편의점에서 가장 저렴한 맥주 한 캔을 사서 벤치에 앉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너무 좋았습니다. 글을 쓰며 깊은 생각에 잠겼더니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다시 집으로 갔습니다. 불이 다 꺼져 있는 것을 보니 다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 보면 남편은 장점인지 단점인지 잠만 잘 잡니다.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술기운에 그날 밤은 저도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우린 정말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요?


그런데, "우리"라고 하기에는 주변 친구들도 저랑 비슷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남편과 사이좋은 친구들을 찾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친구가 남편과 싸운 에피소드를 듣다 보면 깜짝 놀랍니다. 주인공을 나와 나의 남편으로만 바꿔도 똑같을 정도로 싸움의 패턴도 비슷합니다. 이 정도 되면 우리 부부의 문제가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결혼 7년 차가 된 것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제목에서 "아내"가 쓰는 편지라고 했으니 이 글에서는 극단적으로 "아내"의 입장에서만 쓰겠습니다.




얼마 전 봤던 "결혼 이야기"

처음 봤을 때는 이혼을 선택한 니콜을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2번째 보았을 때 처음에는 보지 못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니콜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결혼 안에서 나는 행복한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니콜이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니콜은 니콜의 삶이 남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나를 찾고 싶은 찰나 할리우드에서 작품 제안이 왔는데,


만일 그가 나를 안아 주며, "축하해"라고 했다면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겠죠.
그 대신 그는 나를 비웃다가, 출연료를 듣고는 "우리 극단에 쓰면 되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나를 진정으로 봐주었던 것이 아니죠.


If he had just taken me into a big hug and said,
"Bady, I'm so exicited for your adventure."
then we might not be getting divorced.
But, he made fun of it and then he realized about the money. And he told me I could funnel it back into the theater company. And that's when I realized he truly didn't see me.


결혼생활에서 부부 혹은 아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심플합니다. 따뜻한 한마디, 그런데 그것이 무엇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둘 다 사정이 있겠죠.


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법원에서 찰리와 니콜의 양육을 감정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니콜의 변호사 "노라"와 "니콜"이 감정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변호사 "노라"의 대사입니다. 그녀의 한이 느껴지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저는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의문의 답이 나왔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과음하거나, 자신의 아이에게 소리치는 엄마를 받아들이지 않아. 우리는 부족한 아빠는 받아들이지. 생각해봐 좋은 아빠라는 개념이 나온 지가 30년도 되지 않았어. 우리는 그들이 바뀌길 바라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부족함을 받아들이지. 그러나 사람들은 엄마는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 너는 앞으로도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받을 거야. 현실이 그래.


People don't accept mothers who drink too much wine and yell at their child. We can accept an imperfert dad. Let's face it, the idea of a good father was only invented like 30 years ago. We can all say that we want them to be different. But on some basic level, we accept them. We love them for their fallibilities, but people absolutely don't accept those same failings in mothers. You will always be held to a different, higher standard. That's the way it is.



그리고 찰리의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이 대사가 두 번째로 저의 질문의 답을 주었습니다.


너는 언제나 내가 잘못한 것을 지적했고, 내가 모자란 것을 상기시켰어
You always made me aware of what I was doing wrong, how I was falling short.


이상하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편들은 생각보다 불만이 없습니다. 불만이 있는 것은 항상 아내입니다. 싸움은 보통 아내들이 시작하고, 남편들은 아내들이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는 너에게 불만이 없는데, 너는 왜 그렇게 나에게 불만이 많아?"

"너의 기준이 너무 높아."

"나 같은 남자가 어딨니?"


그럼 정말 문제는 아내일까요?


저는 앞서 말한 세 가지 상황에서 답을 얻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제 주변 친구들, 그리고 영화 "결혼 이야기"의 니콜까지 공통점이 있다면 저도 남편과 동등한 직장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남편보다 더 잘 나갈 수도 있고, 적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집안일과 육아를 제가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왜 저는 거기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제가 좀 더 많이 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왜 저는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왜 남편은 따뜻한 한마디 전해 주지 않는 것일까요? 제가 여기서 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우리 아빠랑 비교하면 정말 좋은 아빠인데, 도대체 우리 아내는 나에게 왜 그렇게 많은 기대를 하는 걸까?"


이런 얘기를 몇 년 후배랑 하면 또 느낌이 확 다릅니다. 변화의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30대 초반 후배들의 가치관은 더욱 빠르게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더 이상 회사에 대한 욕심보다는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꼰대지만, 꼰대가 아니고 싶은 선배로써 후배들을 보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선 남자들이 제 눈에는 정말 가정적입니다. 와이프가 회식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회식을 안 하는 후배도 있고, 와이프가 아프면 월차 쓰고 와이프를 간호해 주는 후배도 있습니다. 반대로 제 여자 후배는 본인이 애들을 씻기거나 재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남편이 다 알아서 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본인보다 남편이 더 잘한다고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저는 끼인 세대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저보다 선배 들은 저희 남편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밑으로 내려 보면 또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참을 인을 그리며 결혼생활을 해야 할까요?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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