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의 말이 나에게 오네'를 시작하며
난생처음 만난 사람이 눈앞에 있습니다. 당신은 무얼 가장 먼저 볼까요. 맨 먼저 눈에 띄는 얼굴일 수도 있겠고, 머리나 옷처럼 그 사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무언가에 오래 시선을 둘 수도 있겠죠.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보이니까요. 잘생겼다, 그렇지 않다를 따지는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말이죠.
인상만큼이나 중요한 것도 있어요. 저한테는 그게 '말'입니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제가 보는 이미지가 정해지거든요. 말투부터 쓰는 단어, 말의 내용, 말하는 자세 등, 이 모든 것들이 곧 그 사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며 이 생각은 견고한 법칙처럼 굳어졌어요. 나름의 정확성도 보장합니다. 일단 첫인상이 좋아도 말을 나눠보고 오가는 문장들이 덜컹거릴 때면 끝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이건 우정이든 사랑이든 어디에나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봅니다.
말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말이 적고 많음은 그 사람에 대해 나름대로 그려보는 데 크게 도움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깊이가 중요합니다. 말 한마디를 짧게 나눠도 기분 좋은, 마음에 남는, 그런 사람과의 인연이 오래가더라고요. 그건 저도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있어서겠지요.
책이나 인터뷰 기사 등을 읽을 때도 딱 꽂히는 말들이 있습니다. 전 화려한 것보다 간결한 것에 끌리는 편인데요. 정말 간단하고 아무 꾸밈도 없는 문장이 더 깊이 있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울림도 크고요. 그런 말을 읽고 곱씹는 것 자체로 그 사람을 만나는 듯하고, 더 나아가 저를 돌아보게 되죠. 그게 '말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말이 나에게 오네'라는 매거진에는 제게 와닿은 문장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요즘 무언가를 읽는 데 시간을 못 냈던 터라 많이 읽기 위한 숙제이기도 하고, 읽은 것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 말도, 제가 좋아하는 그 문장을 꺼내놓은 사람을 닮아갈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