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내 시간이 주어졌다. 뭔가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무작정 차를 끌고 명동에 갔는데 늘 두 팔 가득 들고 다니던 아기 물건도, 아기도 없으니 그 홀가분함이 낯설었다.
과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종종 '모처럼 자유시간인데 뭘 할지 몰라 쌓인 집안일을 했어요.' '그냥 앉아있다 집에 들어왔네요.' 같은 글을 볼 때면 왜 자유롭게 벗어나 놀질 못하나 했는데 내가 딱 그 모양이었다. 영화관 앞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하고 싶었던 것 마음껏 하라고 얘기했다.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게 오래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사격장에 들어가 이천 원을 넣고 게임을 했다. 시시했다. 회사에 갈 때 입을 가을 옷도 몇 벌 샀다. 점심에는 남편이 와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청주를 한 병 시켜서 오래간만에 낮술을 먹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들어왔다. 노곤하게 푹 낮잠을 자고 알람 없이 일어났다. 잠들어서 온 아이를 이어 재우고 남편이 챙겨준 밥을 먹었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찾아보고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사놓고 두어 달 만에야 펼쳐본 책이었다.
나는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일상과 삶도 너무 중요한 사람이다.
아내이고 엄마이기 전에 하고 싶은 것도 아직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놓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돌아봐야겠다. 낯설지만 소중했던 하루를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