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by 하지은

늘 하고 싶은게 많았고, 지금도 하고 싶은 것,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계속 생겨난다. 단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왠만한 것은 여건이 되는 한 가급적 다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


어려서는 피아노 외에 미술학원도 다녔고, 주산학원도 다녔었다. 일부는 부모님의 권유로 다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학원'을 다니고 싶어서 보내달라고 한 적도 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학원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편지를 썻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먼저 등록해주는 것 같았는데, 우리집은 학습지도 학원도 내가 직접 사거나 등록해왔었다. 친구들은 한편으로 부러워하기도 했다.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늘 10살 많은 언니와 교과과정이 달라서라고 생각해왔다. 언니는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세대였고, 수능이 아닌 학력고사 세대. 학원은 별도로 다니지 않았었다. 그래도 다행히 부모님은 학원도 보내주셨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적극 지원까지는 아니어도 정성가득 편지를 조심스레 건네 드리면 얼마 후,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엇인가 하려고 하면 가족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또?!


회사를 다니다가 이직을 할 때, 학원을 다니려고 하면,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면 듣게 된 말이다. 경력을 살펴 보면 이직을 여러번 했고, 취미든 어학이든 학원도 꾸준히 다녔다. 특히나 회사를 다니면서는 무엇인가 배우고 싶으면 스스로 끊어서 다닐 수 있어서 더 많이 시도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에 늘 부모님에게 상의는 했었다. 그래서 일까? 부모님들 눈에는 '끈기가 없는 아이'로 낙인된 듯 하다. 뭐 하나 꾸준히 하지 않고, 회사도 자주 옮기고, 공부도 이것저것 하는 것 같고, 뭐 하는 지 몰라도 매일 집 밖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가끔은 이직할 때 헤드헌터가 이직을 여러번 하셨네요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비슷한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내가 정말 끈기가 없나?


나는 정말 끈기가 부족한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하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왜 끈기가 없는 것처럼 이럴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또 좋아하는 것 혹은 뭐 하나에 빠지면 그것에만 몰입하는 스타일인데 나를 끈기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늘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렇다고 다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우선순위와 꼭 해야할 것과 취미 등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목표와 방향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니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 무엇인가 결정할 때도 기준이 생긴 듯 했다. 그래도 집에서 들려오는 '끈기 부족'이라는 말은 늘 거슬렸다. 꼭 해야할 것들과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면서 살면서 꼭 한번은 해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리스트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 중에 하나가 마라톤 참가였다. 그래서 마라톤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뭔가 달리는 데에도 기술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임도 나가고 연습도 하였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하며 대회에서 완주한 나를 볼 때마다 늘 나 자신과의 싸움을 잘 이겨냈다 생각했었다. 마지막 대회는 나이키 우먼스 하프였는데, 하프까지 완주하고 고관절 이상으로 그 다음부터 달리기는 멈춰야 하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지구력으로 최선을 다한 느낌이었다.

달리기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운동을 하며 느낀 것이 '끈기'라는 것이 한가지를 계속 하는 것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목표에 맞춰 방향을 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끈기의 하나라고 느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고, 무엇인가 '하나'를 오랫동안 해야지만 끈기가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추어 계속 나아가는 것, 그 자체가 끈기이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나를 깊이 파고들어 익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만 끈기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르다. 그 본질에 어떤 사고가 바탕으로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결국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경험도 커리어도 쌓아온 셈이었다. 다행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한가지만 고집하는 것과 다양한 것들에 호기심을 갖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앞으로를 위한 준비가 될까?


끈기가 있다는 것 자체는 또 누구의 기준이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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