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나는 편식쟁이였다. 아니, 내가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늘 나에게 '편식'이 심하다고 했다. 최근까지는 '입이 짧다'는 소리까지 함께 듣고 있다.(밥을 남기고, 금방 또 배고프다고 한단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려서 배가 아파서 응급실에 몇번 간적이 있는 것 같다. 한번은 또렷이 기억이 나는 상황이 배가 너무 아파서 뒹굴거리다 눈을 떠보니 아빠 차 뒷좌석에 내가 누워있었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남들은 우유를 먹으며 자랐다고 하지만 나는 그마저도 잘 먹지 못해 야쿠르트를 먹으며 자랐다고 한다. 늘 우리집에 야쿠르트가 가득인 이유가 그것일까? 그 외에는 못 먹는 음식은 없지만, 먹지 않는 음식은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진수성찬으로 밥상을 차려줘도 먹는 반찬은 몇개 되지 않았다. 야채도 종류별로 밥상에 올라왔지만 내가 먹는 것은 겨우 콩나물이나 시금치 뿐.
왜인지 모르겠지만 음식의 맛을 색으로 판단하고 먹지 않았던 경험도 있다. 처음 콜라를 보았을 떄는 시커먼 색이라 먹고 싶지 않았고, 피자를 보았을 때는 빨간 색이 매워보여서(심지어 엄마랑 언니가 맵다고도 했다.) 먹지 않았다. 하지만 빨간색은 케챱이었고, 매운 것은 엄마랑 언니가 핫소스를 뿌려서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친구들과 패밀리 레스토랑(TGI , 아웃백 등)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콜라와 피자를 먹게 되었다. 집에서 매일 엄마와 언니가 먹던 피자헛의 피자와는 달라 보였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안 먹던 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입에 대지 않는 음식들이 꽤 있었다. 회, 산낙지, 깻잎, 쓴 채소, 연근 등등 그리고 그냥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들. 그래도 친구들과 여기저기 다니며 새로운 음식들을 접하며 먹는 종류가 늘기는 했다.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식이었지만. 남들이 다 좋아하는 까르보나라도 너무 느끼해서 잘 먹지 못했던 나. 그러다가도 정말 맛있게 하는 집에 가면 거기서는 그 메뉴만 먹었다. 정말 신기한 현상이다.
내 기억 속 깻잎 섭취는 대학교 식당에서였다. 함께 다니던 언니가 계속 먹어보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먹었지만 역시나 까칠까칠하고 맛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못 먹을 맛은 아니었다. 하하 그 이후로 깻잎을 다시 입에 대지는 않았을 뿐.
사회에 나와서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못 먹는 음식도 먹어야 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 변호사님이 사주시는 일식당에서 처음 먹는 초밥. 처음 먹어보느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와사비를 덜어내지 못하고 먹는 통에 얼굴이 마비가 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원래 다 그렇게 먹는 것인 줄 알고 참고 먹고 또 먹었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얼굴 한쪽이 당기는 느낌이다. 장어, 꼼장어, 도가니 등은 회사를 다니며 먹게 된 메뉴들이다. 헌데 이상하게도 잘 먹었고 탈도 나지 않았다.
아스파라거스는 변호사실 퇴사하는 날 변호사님이 고급 중식당에서 식사를 사 주시는데 코스 중 하나였다. 헌데 다른 메뉴랑 같이 나온 것이 아니라, 한 접시에 아스파라거스만 이상한 국물에 묻혀서 가득 나온 것이다. 이 초록 괴물같이 생긴 것은 뭐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변호사님이 '위에 좋은거야.'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다 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편식보다는 먹어보지 않아서, 경험해 보지 않아서 안 먹었던 거라고. 그리고 몸에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몸이 원하면 먹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편식이라고, 어른이 되면 입맛이 변해서 먹는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먹게 된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 메뉴들이 회, 참치, 콩자반, 깻잎, 연근, 가지, 아스파라거스 등등이다. 최근까지도 이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평소 잘 먹지도 않던 메뉴, 반찬들을 거의 매일같이 찾아서 먹고 있다. (요즘은 매일 깻잎에 밥을 먹는다.)
시집 오면서는 더욱 새로운 음식들을 먹기 시작하니, 친정에 가서 안 먹던 반찬을 집어 먹는 나를 보며 엄마는 '니가 이런 것도 먹어?' 라고 하실 때가 있다. 그 다음 엄청난 양으로 많이 해주시면 다 먹어야 하는 부담은 덤이다.
생체 에너지에 대한 공부를 살짝 하게 되면서 우리의 뇌가 건강한 상태일 때는 몸의 에너지 자체가 필요한 것들은 적시에 원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당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뇌가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음주나 담배 등으로 망가지지 않은 상태(중독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뇌가 건강할 때는 특히나 몸에 좋은 것들이 당기지만, 건강하지 않을 때에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 당긴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멀쩡한 뇌라고 생각했지만 패스트푸드를 엄청 즐겼던 것을 보면 그렇게 건강한 뇌는 아니였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밀가루와 커피를 끊고 생활하다 보니 위도 편안해 지고 오히려 몸에 좋은 음식들이 더 많이 당긴다. 그 전에 먹던 밀가루 종류음식이나 커피 등은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너무 신기하다. 매일 아침 맥모닝 해시포테이토를 4-5개씩 먹었었던 나였는데. 덤으로 아이들이 편식하는 것도 억지로 먹이는 것도 차크라를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경험이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
앞으로도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으면서 먹어보지 않은 음식도 호기심으로 맛을 보게 된 습관 덕분에 편식이라는 단어와는 이별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나는 편식이 아닌 음식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