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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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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11. 2018

여드름

오늘 턱 밑에서 왕여드름을 발견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인지, 요즘 수면 패턴이 불안정해서인지 여드름이 나 버린 것이다. 턱 밑을 무의식 중에 만지다가 여드름을 짜버렸는데, 고름이 나오며 터져버렸다. 그 자리에는 자국이 남을 것이다. 이런 자국이 얼굴 곳곳에 있다. 곰보는 아니지만, 매끈한 피부 곳곳에 살짝의 자국이 남아 있다. 엄마가 가끔 혀를 차신다. "으유. 그러게 안 짰으면 얼굴에 곰보 자국은 안 났을 거 아니야. 네 언니 좀 봐라. 그렇게 어릴 적에 여드름 짜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말이다. 


중학교 때 나는 여드름쟁이 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올라오면서 볼에 난 여드름이 점점 사라지고 나름 남들이 보기에 깨끗한 피부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자국이 남아 있다. 그래서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거나 한 달에 한 번 생리 직전이라던지 스트레스를 받아버리면 얼굴에 여드름이 한 두 개씩 내비친다. 참 불쌍하다. 여드름이란 존재는 세상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없애야 할 존재로 생각되는 거니깐. 누군가의 손톱에 의해 짜여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아웃되거나, 아님 병원에 가서 지워지거나 여드름 스티커 속에서 답답하게 생을 마감하거나 아님 그 자리에 남아 있어도 다른 사람들의 "어머, 여드름 났네." 하며 찌푸린 표정을 그대로 봐야 할 테니깐.


이 세상에 꼭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면 여드름에게도 앞으로 눈살 찌푸릴 것이 아니라 "어머, 여드름 났네. 나 기름진 음식 좀 줄여야겠어. 고마워 여드름." 하는 건 오버일까나. 아니면 얼굴에 난 여드름을 탓할 것이 아니라 여드름이 "애초부터 네가 기름진 음식 좀 줄였다면 내가 태어나지 않아도 되잖아!"라고 역으로 외친다면 여드름이 아닌 나의 생활 습관부터 되돌아봐야 할 판이다. 돌이켜 보면 여드름이든, 눈 밑의 다크서클이든, 이유 모를 피로감이든 복통이든 몸이 아프다는 것은 나 자신을 챙기라는 나의 신호일 수 있다. 몸의 소리에 평소에 귀를 기울여야 과로로 쓰러진다거나 만성피로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의사가 아닌 개인의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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