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숫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만남이 떠오른다.
그때의 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이지 아르바이트, 그리고 요리만 했다. 요리라 함은, 느지막한 오후에 일어나 아침을 해 먹고, 국숫집 알바가 끝나는 여덟 시에 맞춰 저녁을 먹는 일을 의미했다. 영화로 치면 마치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처럼 한가로운 나날을 보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그 날의 기분에 맞는 여유로운 시간들.
일주일은 굉장히 단순하게 흘러갔다. 2시간 반씩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아르바이트가 유일한 일정이었다.
나의 업무는 간단한 음식 포장, 전화로 주문받기, 음식 나르기(서빙). 계산하기. 나름 한적한 동네에 있었던 지라 웨이팅이 있는 곳도 아니었고, 나름 괜찮은 음식을 서빙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낄만한 작지만 맛있는 가게였다.
계산, 포장, 서빙 등 아르바이트생의 업무를 그날도 어김없이 하고 있었다. 보통 서빙할 때 나의 목소리는 매우 밝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손님 한 분이 나에게 와서 물었다.
"몇 시까지 아르바이트해요?"
"저 8시에 끝나고 퇴근해요!"
한 중년의 아주머니분이었는데, 별다른 의심 없이 그저 아주머니의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가벼운 관심이라 생각하고 대답했다. 마침 7시 정도에 들어오신 고객이라, 내가 퇴근할 8시 즈음 음식을 다 드시고 거의 동시에 가게 문을 나오게 되었다.
퇴근하려던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시는 아주머니.
"딱 보니 가르치는 재주가 있구먼. "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대학에서 교육 분야를 전공했고, 몇 년간 과외나 학원 강사로 돈을 벌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스스로를 점쟁이 비슷한 도사로 소개를 하였다.
"곧 기회가 올 텐데, 놓치지 말고 잡아요."
그 말이 잊힐 7월 즈음 네 달간 하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어느 회사 교육 부서의 단기 인턴 제의를 받았다. 그 회사는 우리 집에서 너무나도 멀었는데, 점쟁이님의 말이 떠올랐다. 놓치면 안 되는 기회인가? 그런데 문득 생각나 들어가 본 '삼성 드림클래스 강사' 접수 기간이 나흘 남았다. 아 이 기회를 말씀하셨던 걸까?
부랴부랴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고, 최종 불합격되었는데, 9월 개강에 맞춰 추가 합격 전화가 왔다.
점쟁이님의 말은 잊히고, 그때의 일은 거의 4년 전 일인데, 야심한 밤에 지난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니
문득 내 사주와 미래가 궁금해졌나 보다.
"도를 아십니까"는 아니어도, 그 점쟁이 아주머니 괜히 용한 기분이었는데.
그리고 홀린 듯 기억나 10분 만에 끄적여 내린 이 글에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