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동네 공원 안에 카페가 생겼다. 이름하여 '그린 버디'. 친환경 콘셉트의 카페로, 카페 자체 텀블러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개인 텀블러를 지참하면 1,000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을 할인해준다. '친환경'이라는 말에 1차적 관심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건 개인 텀블러의 통 큰 할인이었던 것 같다.
아침 9시, 엄마가 강아지와 산책을 가자고 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내 발걸음을 옮긴 건 그 카페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개인 텀블러를 챙기고 최대한 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상쾌할 만도 한데, 마스크를 쓰니 영 답답해서야. 벌써 열여섯 먹은 강아지를 잘 토닥이고 달래 가며 공원으로 향했다. 언제나 오후 산책을 즐기는 나에게 아침 산책은 꽤 새로운 것이었다. 아침에도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다. 젊은 사람은 나밖에 못 봤지만, 어르신들이 산책을 즐기고 계셨다.
꽤 큰 공원의 버드나무, 갈대밭을 지나 카페에 도착하니 아담한 크기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반긴다. 메뉴는 소박한데, 따뜻한 마음으로 생긴 카페여서 그럴까 만족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라테가 3,500원, 텀블러 할인을 받으면 무려 2,500원이지만 아침이니 속이 더 편한 딸기 주스를 골랐다. 슬쩍 훔쳐본 주방의 딸기는 냉동 딸기였지만, 뭐 맛있으니 더 이상의 불만은 하지 않으련다. 잔디밭에서 강아지가 산책하고, 카페 음료를 테이크아웃한 텀블러를 들고 나도 잔디밭 위를 거닐니 세상 부러움이 없다.
사실 앞서 공원이라고 말했지만 약 16,000평 큰 수목원에 가까운 생태공원이다. 사계절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아마 이 카페에서 음료를 사서 공원을 돌아다니면 푸릇푸릇함을 마음속 가득 담을 수 있으리라. 또 이곳에서 음료를 사면 2~3인용 작은 텐트와 담요도 대여해준다고 한다. 다음에 친구가 놀러 왔을 때, 텐트를 대여해 보드게임을 하는 즐거운 계획도 세워보았다.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으면, 카페 내 텀블러를 대여하고 카페 영업시간 30분 전까지 반납하면 된다. 물건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꾸는 이런 시도들이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