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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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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11. 2020

그린 버디

자주 가는 동네 공원 안에 카페가 생겼다. 이름하여 '그린 버디'. 친환경 콘셉트의 카페로, 카페 자체 텀블러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개인 텀블러를 지참하면 1,000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을 할인해준다. '친환경'이라는 말에 1차적 관심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건 개인 텀블러의 통 큰 할인이었던 것 같다.


아침 9시, 엄마가 강아지와 산책을 가자고 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내 발걸음을 옮긴 건 그 카페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개인 텀블러를 챙기고 최대한 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상쾌할 만도 한데, 마스크를 쓰니 영 답답해서야. 벌써 열여섯 먹은 강아지를 잘 토닥이고 달래 가며 공원으로 향했다. 언제나 오후 산책을 즐기는 나에게 아침 산책은 꽤 새로운 것이었다. 아침에도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다. 젊은 사람은 나밖에 못 봤지만, 어르신들이 산책을 즐기고 계셨다.


꽤 큰 공원의 버드나무, 갈대밭을 지나 카페에 도착하니 아담한 크기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반긴다. 메뉴는 소박한데, 따뜻한 마음으로 생긴 카페여서 그럴까 만족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라테가 3,500원, 텀블러 할인을 받으면 무려 2,500원이지만 아침이니 속이 더 편한 딸기 주스를 골랐다. 슬쩍 훔쳐본 주방의 딸기는 냉동 딸기였지만, 뭐 맛있으니 더 이상의 불만은 하지 않으련다. 잔디밭에서 강아지가 산책하고, 카페 음료를 테이크아웃한 텀블러를 들고 나도 잔디밭 위를 거닐니 세상 부러움이 없다.


사실 앞서 공원이라고 말했지만 약 16,000평 큰 수목원에 가까운 생태공원이다. 사계절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아마 이 카페에서 음료를 사서 공원을 돌아다니면 푸릇푸릇함을 마음속 가득 담을 수 있으리라. 또 이곳에서 음료를 사면 2~3인용 작은 텐트와 담요도 대여해준다고 한다. 다음에 친구가 놀러 왔을 때, 텐트를 대여해 보드게임을 하는 즐거운 계획도 세워보았다.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으면, 카페 내 텀블러를 대여하고 카페 영업시간 30분 전까지 반납하면 된다. 물건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꾸는 이런 시도들이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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