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다

by 지은담
1111 바람이 닿은 자리마다 현실이 붉게 맺히고 있다

11월 11일, 기분 좋은 한낮입니다.

수년 전부터 이상하게도 1111이란 숫자가 자주 보이더군요. 오전 11시 11분, 밤 11시 11분, 때로는 오후 01시 11분.

일을 하다가 요리를 하다가, 또는 운전을 하다가도 우연찮게 시간을 보면 11시 11분.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 가방을 꾸리다 우연히 본 휴대폰 시간은 11시 11분.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반복되는 것이 이상해지던 차, 때맞춰 ‘에인절넘버’를 설명하는 콘텐츠를 보았죠.

숫자 1111의 메시지는 과거의 한 주기를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시점임을 말한다더군요. 그리고 지금 생각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시기를 알려주는 메시지라고 해요.


요즘 들어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답답하던 일상도 편안함으로 바뀌었고, 일상의 불안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죠.

하고 싶은 것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조급증 대신 새로운 걸 시도하고 익숙해지는 지난한 과정이 즐겁기까지 하더군요.

아마도 이런 내면의 변화가 좋은 운을 끌어당겼나 봅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그런 일상이 나에겐 감사와 호기심의 시간입니다. 물론 이런 감사의 시간 사이로 한 번씩 감기처럼 알 수 없는 무거운 감정 바이러스가 스며들기도 합니다.

그럴 땐 그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느껴봅니다.

그러면 수일 내 다시 가벼워지곤 합니다.


어렸을 때 나의 일상은 늘 ‘머피의 법칙’과 함께 했었죠.

코 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건 늘 있는 일상, 편평한 길에서도 자주 넘어지고, 친구들과 함께 걷다가도 나 혼자 맨 홀 구멍에 다리가 빠져 상처를 입거나 좋은 물건이나 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얼마 못 가 늘 뺏기기 마련이었죠. 내게 온 기회를 뺏기거나 불행한 사건사고를 목도하는 일은 잦은 일상의 변주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그 불운의 사이클에서 벗어난 듯도 싶습니다.

버겁던 인연들도 사라지고, 예쁜 장면들이 주로 눈에 띕니다.

뺏기는 일상은 사라지고 무엇으로든 채워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일 같이 눈을 뜨면 보이는 풍경 속엔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 오색 덤불숲과 소나무가 있습니다.

시선을 돌리면 하늘 아래 교회 십자가와 주홍빛 아치형 다리가 보입니다. 눈뜨자마자 미소 지어지는 환경입니다.

조금 전 나선 길에선 곳곳마다 대화 꽃을 피우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단풍숲길, 개천가, 노천카페, 그리고 반짝이는 호숫가에서... 혼자인 사람들조차 정적인 시간을 달리면서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하고 있었죠.

비슷한 곳이어도 예전엔 전혀 보이지 않던 풍경들입니다.

바라는 일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불운의 그림자는 녹아내렸습니다.

나는 어느새, 긍정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에인절넘버가 자주 보일 땐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하더군요.

감정이 정화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시기라고요.

환경에 떠밀려 사는 때가 아니라 나 스스로 현실의 운전대를 잡는 시기이니 생각대로 이룰 수 있다고요.

내 마음의 목소리가 커지고 새로운 일과 만남, 기회들이 찾아온다지요.

그러니 두려워 말고 걸어 나가라는... 새 우주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연이 불러온 일상의 변화,

그 우연도 실상은 나의 바람이 모여 만들어진 기회였을지 모릅니다.

머피의 법칙이 끝나고, 이제는 모든 일이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11월 11일, 오늘따라 햇살도 유난히 따습고 공기는 청량합니다.

이제 1111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쭉 가라는...

감사와 안정, 신뢰와 기쁨이 함께 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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