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관이 된 밤, 나는 한 사람을 놓아주었다

오래 묵은 감정의 매듭이 풀리던 꿈의 의미

by 지은담


끊어내는 순간, 날아오르다

며칠 전,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예전에 저를 많이 힘들게 했던 한 사람이 다시 등장한 겁니다.
일상에서 그 얼굴을 자꾸 마주치니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불편함이 올라왔습니다.


화면이 전환되자 그는 사형 선고를 받았고, 저는 그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으로 서 있었습니다.

두려움 때문인지, 총기 조작이 서툴러서인지 처음엔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시도했습니다.
꿈이었지만 마음 한편은 편치 않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열어 꿈 해몽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꿈은 누군가를 향한 살의가 아니라,
오래 묵은 관계를 조용히 정리하고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려는 내 마음의 신호라고 하더군요.

꿈속의 총은 결단과 종결, 단호한 선택을 의미하고,
사형 장면은 이미 끝난 관계를 무의식이 “이제 놓아도 된다”라고 인정하는 상징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던 장면은
남아 있던 감정의 찌꺼기들 죄책감, 미련, 억울함, 두려움 등이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흔적이라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꿈은
자기 정체성이 다시 세워질 때, 삶의 방향이 전환될 때,
혹은 오래된 관계의 패턴이 정리될 때 종종 찾아온다고 하더군요.

설명을 읽고 나니 마음 어딘가에 오래 묶여 있던 매듭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전날 밤 보았던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수년 전부터 큰 이유 없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별다른 사건이 있어서는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살짝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편하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성격 분석과 심리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챙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알고리즘이 이어준 영상을 끝까지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내 안에 쌓여 있던 정보의 파편들이
갑자기 하나의 모자이크처럼 딱 맞춰지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말과 행동이 단숨에 읽혔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불편감은 어느새 안쓰러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알지 못했다면 소중한 인연을 미워할 뻔했습니다.

순간,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날 밤의 꿈을 통해 내내 묶여 있던 감정이 눈 녹듯 해소되었습니다.
불편한 감정들의 실체는 사실,
내 안에 꽁꽁 숨어 있던 나의 모습이었고
그 사람은 그 모습을 비추어 주러 온 부처 같은 존재였던 겁니다.


그 모습을 마주하자 저절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매듭을 풀었습니다.

조금 더 가벼워졌고요.

이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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