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

창문의 무늬를 본다.

by 램프아이



할머니가 불경을 외듯 성경을 읽는 소리가 닫힌 문 밖에서

들려왔다. 아직은 초 저녁이라 그리 어둡지 않은 방 안에서,

쪼그려 누워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두부장수의 종소리가,

주차되어있던 차가 요란스럽게 출발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멀어져갔다. 사실 어떤 영감을 주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창문의 기하학적 무늬를 분다. 눈가가 차 다.

절망은 눈물샘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오래 된 구식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핸드폰을 열고 메세지를 확인했다.

우린 여분의 절망을 가까스로, 혹은 조심스럽게 나누었다.

그리고 싫은 것과 좋은 것에 대하여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예전의 나는, 맹목적인 그리고 절대적인 애정을 바랐다. 그건

웃긴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난 그 아이에게 절망적인 나의 모습을

모르는 척 넘겨버리려는 걸지도 모른다. 우습다.


조금 차가운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졸려서 눈을 절대 뜨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쓴 것을 복기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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