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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 Aug 31. 2020

프롤로그 : 여정의 시작

"지금은 그냥, 엄마가 되는게 더 나을지 몰라"

굳이 미화하지 않겠다.

특정 모먼트를 확대 해석 하지도 않을거야


사실 그 때,

이제는 아기를 가져보자고 결심한 그 때는 어이없게도 6개월동안 시도한 이직 중 마지막 보루였던 어떤 회사로부터 또 다시 거절의 메일을 받은 직 후 였다.


벌써 네번째 거절이었다.


허무하고 쓸쓸한 기분에 쭈구리고 앉아 울 수도 있었지만 '괜찮아. 괜찮아.'를 되뇌이며 산만한 정신끈을 부여 잡으니 간신히 멍했다.


나에게는 발전이 필요하고 발전에는 방향이 필요한데 그걸 커리어에서 실현하자면 당장 이직이 필요한데, 무슨 일인지 6개월 동안 4개의 회사가 나를 거절했다.


하루 종일 면접 본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아쉽게도'로 시작하는 거절 메일을 받는 일에 진절 머리가 났다.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나는 32살이고, 결혼한지도 3년이 됐다. 체력이 허락할 때 아이를 낳고 싶었기에 6개월전의 나에겐 2개의 방향이 있었다.


1) 임신

2)최대한 빠른 이직 후 1년 경과 무렵 임신


나는 2번을 택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와서, 보다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한번 더 이직하는 건 굉장히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였다.


이직 후 1년정도 새 회사에서 내 능력을 보여주고

그즈음 해 임신을 발표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멍했던 순간으로 돌아가자면, 몇 초 사이 바람 앞에 등불 같던 2번이 날라간 것이었다.


슬프거나 감정적으로 무너지기를 피해 나의 불안정한 사고가 당도한 곳은 '그래 그럼 임신을 하자, 인생이 어떻게 내 맘대로만 되겠어? 이렇게 이직이 안되는건 조상신의 뜻일지도 몰라. 지금은 그냥 엄마가 되는게 나을지 몰라. 그럴지도 몰라.' 였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언제 끝날지가 매우 불투명한

나의 엄마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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