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도 배란 체크부터

배란의 비읍도 모르는 엄마지망생의 공부 기록

혹여나 시간이 지나 내 글을 보고 '와 너무 즉흥적으로 애를 가진거 아니야? 책임감없이?' 라고 비난할 누군가를 고려해 미리 밝혀두건대 나는 2년여전부터 아기를 갖고 싶었다.

다만 이건 마치 차를 사고 싶은 마음과 비슷해서

엄청 갖고 싶다가 또 안갖고 싶다가 누군가 아기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지나가는 아기를 보는날엔 여지 없이 다시 아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를 반복했다.

그런 나를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아기를 갖겠다는 결심을 대강 남편에게 알렸을 때도 남편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내가 임신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생리 주기를 기록하는 어플을 켜는 것이었다.

평소엔 생리예정일만 확인하느라 바빠

있어도 잘 보지 않던 가임기 표시를 찾았다.

응? 이번 주말~월요일이 가임기라구?

(역시나 엄마가 될 상인가)

흠 그럼 언제 해야하는거야? 그걸?

잠깐, 임신하기전에 뭘 준비해야한다더라?

앗 엽산, 엽산을 오늘 부터라도 먹어야하는거 아니야?

몇개의 혼자서는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물음표가 머리를 뒤덮었을 때 나는 30년간 갈고 닦은 추진력을 발휘해 당장 산부인과로 출발했다.

그리고 배란이 언제쯤 될지 확인할 수 있다는 배란초음파라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했고 꽤 그 사이즈가 의미심장 했는지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틀 후인 토요일과 사흘 후인 월요일에 부부 관계를 가지라고

속히들 말하는 '숙제'를 주셨다.

(당장 엽산을 먹으라는 조언과 함께,

주사는 이미 건강검진 때 다 챙겨맞은거 같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는 조언도 함께)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만 부부관계를 한다는 TMI를 가진 나는 원샷원킬을 목표로 주말 내내 배란테스트기를 달고 살아야했다.

배란테스트기란, 소변검사를 통해 난자가 배란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사 도구인데 이 검사기는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의 수치를 확인하는 것을 도와준다.

배란 직전이 되면 감자기 LH수치라는 것이 올라가고 배란은 그 수치가 피크를 찍은 직후에 일어나는데 난자는 몸속에서 12시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학계의 정설이라 미리 정자가 난자를 마중나가도록 하는 것이 임신에 효과적이라는 의견들이 인터넷에 즐비했다.

남들은 하루에 한번씩 추이를 보며 사용한다는 배란테스트기를 이틀 새 10개 넘게 쓴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LH수치가 피크를 찍었을때 즉, 이번달 내 난소가 만든 난자가 배란되기 직전에 의사선생님의 숙제를 해야했다.

우리 부부사이에 없던 목표가 갑자기 사이에 끼자 숙제가 전같지 않게 조금 어색했지만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보이는 타이밍에 정자를 갈취하기에 성공한 것 같다.

이제 2주를 기다리면 결과를 볼 수 있다는데, 와 이직을 위한 인터뷰를 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게 지겨워서 이 길을 걷기로 한 나에게 또 이런 기다림이 필요할 줄이야.

역시 쉬운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