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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87배열 풀알루미늄 기계식 키보드, 크러쉬80

나는 괜찮은데 남에겐 추천하지 못할 키보드

by 지공

키보드를 바꾼다는 것


글을 쓸 때 손끝에 늘 닿아 있는 것이 키보드다. 자음과 모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가끔 말과 글이 나오기도 하기에, 모니터 다음으로 많이 보게 되는 것도 키보드다. 그래서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무심해진다. 무심해지면 자극을 찾게 된다. 그래서 새로 사야 했다.


크러쉬80


제조사 : WOB(중국)

제품명 : CRUSH80(상옵, 다크블랙)

키배열 : 88키(F1~F13)

연결방식 : 유선(TYPE-C)/무선(2.4G)/블루투스

배터리 : 7,500mAh

사이즈/중량 : 355×138×38mm/2.4kg

가격 : 16~18만원(직구)

기타사항 : 기계식, 풀알루, RGB


이 키보드에 대한 정보는 딱히 많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사는 모델 같았다. 무서웠다.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개봉기


다행히도 박스는 오른쪽 모서리만 소심하게 찌그러져서 왔다.


당혹스러운 포장. 쿠팡의 비닐 지옥에 절여져서 그런지 더욱 낯설다.


케이스를 사면 키보드를 드려요. 케이스의 품질이 썩 괜찮다.


뭘 많이 줬다.


덮개를 여니 퀵가이드와 본품이 나온다. 묶은 벨트가 내 인생보다도 야무지다.


하드케이스로는 서운해할 것 같아 넣어준 더스트백.


외관과 내부


외관

중국어로 막 뭐라고 한다. 아마 개봉 후 환불 불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키캡이 너무 아저씨고 한글 각인이 없다. 여유가 되면 바꿔야겠다.


심장박동 아이콘이 캡스락 인디케이터다. 캡스락이 ON되면 하얀색이 점등된다.


뒷면이다. 저 흠집 같은 것들이 비닐에 난 건 줄 알았는데, 무늬가 저 모양임. 무슨 의도일까.


뒷면 중앙에 마그네틱 뱃지를 벗기면 동글이 들어있다.


마감이 곱다. 아노뭐시기나발 공정이라고 한다.


유선포트는 상측부 중앙에 있다. 마감이 곱다2.


내부

볼캐치 방식이다. 아무런 장비 없이 하우징 탈부착이 가능하다.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어느 노동자의 지문이 묻어있다.


하부 하우징에 내장된 배터리와 입력패드는 마그네틱 커넥터로 체결된다.


이제 정상인 줄은 모르겠으나, 하부 프레임의 배터리 커넥터가 고정되지 않고 덜렁거린다.


사용감


키감

키감은 먹먹하다. 눌렀을 때 경쾌하지 않고 스펀지 위에서 타자를 치는 듯 말랑말랑한 느낌이다. 키압은 적당하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다. 축은 극지해축(중국사극 이름 같다)으로, 설명상 키압이 45g으로 되어있는데, 확실히 바다소금(50g)보다 아주 근소하게 가볍게 눌린다.


사운드

도각거린다. 요즘 기계식 키보드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운드인 듯하다. 숭늉 같은 소리다. 사운드는 수음 장비마다 소리가 달라 올려 보았자 혼란만 가중될 뿐이니, 유튜브에서 검색했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보다 조금(10~30%) 더 먹먹하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파지

하단부에 같은 높이의 팜레스트를 사용했을 때 걸리는 것 없이 편하다. 키보드 자체에 높이 틸팅 기능이 없는데, 설계가 잘 되어있어 굳이 필요치 않다.

가지고 있던 팜레스트(범폰 포함 19mm)와 높이가 딱 맞다.


장점


하우징 마감이 곱디곱다.

하드케이스의 질이 훌륭하다.

범폰, 나사 등 부속품들을 알뜰하게 챙겨줬다.

키감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든다. 소리도 거슬리지 않는다.

배터리가 오래간다. 하지만 이는 곧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패키지나 키보드 질을 고려했을 때 가격은 적정하거나 조금 저렴한 편이다.


단점


제품 외관에 물리버튼이 존재하지 않아 구동 편의성이 낮다.

위와 같은 온오프, 연결방식, Win/Mac mode 등 의 버튼이 없다.
대신 캡스락 키캡을 열면 무선 온오프 스위치가 있다. 전원을 완벽하게 끄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린 나로선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검은색 모델 한정) 얼룩과 먼지의 대환장쇼가 펼쳐진다. 잘 닦이지도 않는 재질이다.

(취향)심미적으로 키캡이 별로다. 엔터키가 꼭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인 홍당무 같다.

중저가형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열마다 키캡의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스위치가 빡빡해서 스왑하기 겁난다.

중국 직구라 A/S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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