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데 남에겐 추천하지 못할 키보드
글을 쓸 때 손끝에 늘 닿아 있는 것이 키보드다. 자음과 모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가끔 말과 글이 나오기도 하기에, 모니터 다음으로 많이 보게 되는 것도 키보드다. 그래서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무심해진다. 무심해지면 자극을 찾게 된다. 그래서 새로 사야 했다.
제조사 : WOB(중국)
제품명 : CRUSH80(상옵, 다크블랙)
키배열 : 88키(F1~F13)
연결방식 : 유선(TYPE-C)/무선(2.4G)/블루투스
배터리 : 7,500mAh
사이즈/중량 : 355×138×38mm/2.4kg
가격 : 16~18만원(직구)
기타사항 : 기계식, 풀알루, RGB
이 키보드에 대한 정보는 딱히 많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사는 모델 같았다. 무서웠다.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키감은 먹먹하다. 눌렀을 때 경쾌하지 않고 스펀지 위에서 타자를 치는 듯 말랑말랑한 느낌이다. 키압은 적당하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다. 축은 극지해축(중국사극 이름 같다)으로, 설명상 키압이 45g으로 되어있는데, 확실히 바다소금(50g)보다 아주 근소하게 가볍게 눌린다.
도각거린다. 요즘 기계식 키보드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운드인 듯하다. 숭늉 같은 소리다. 사운드는 수음 장비마다 소리가 달라 올려 보았자 혼란만 가중될 뿐이니, 유튜브에서 검색했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보다 조금(10~30%) 더 먹먹하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하단부에 같은 높이의 팜레스트를 사용했을 때 걸리는 것 없이 편하다. 키보드 자체에 높이 틸팅 기능이 없는데, 설계가 잘 되어있어 굳이 필요치 않다.
하우징 마감이 곱디곱다.
하드케이스의 질이 훌륭하다.
범폰, 나사 등 부속품들을 알뜰하게 챙겨줬다.
키감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든다. 소리도 거슬리지 않는다.
배터리가 오래간다. 하지만 이는 곧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패키지나 키보드 질을 고려했을 때 가격은 적정하거나 조금 저렴한 편이다.
제품 외관에 물리버튼이 존재하지 않아 구동 편의성이 낮다.
(검은색 모델 한정) 얼룩과 먼지의 대환장쇼가 펼쳐진다. 잘 닦이지도 않는 재질이다.
(취향)심미적으로 키캡이 별로다. 엔터키가 꼭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인 홍당무 같다.
중저가형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열마다 키캡의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스위치가 빡빡해서 스왑하기 겁난다.
중국 직구라 A/S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