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플수록 너는 튼튼해질까
모유를 유축해 아기가 있는 중환자실로 보내 달란 요청이 왔다. 헌데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병원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병원에는 모유를 짜내고 저장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체계가 부실했다. 남편은 급하게 근처 아기용품 판매점을 찾아냈고, 어찌 된 일인지 온라인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최신형 모유 유축기를 사 왔다.
그 사이 나의 양 가슴은 부풀 대로 부풀고 굳을 대로 굳어가고 있었고, 그 고통이란 마치 가슴속에 가시 돋친 섬유질이 마구 자라나는 것 같이 엄청난 것이었다. 어디선가 따뜻한 수건을 가슴에 올려놓으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 병원 내 편의점에서 핫팩을 사다 붙였다가 그만 가슴의 상태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던 터였다. 냉찜질을 해도 모자랄 판에 핫팩이라니.
이제 유축만 하면 이 고통이 끝나겠지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깔때기를 가슴에 대고 버튼을 누르자 더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마치 젖꼭지가 뜯겨 나가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이상야릇하고도 우울한 감정이 나를 덮쳤다. 당장이라도 그 징그러운 기계를 내 가슴에서 뜯어내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모유가 잘 나오느냐, 많이 나오느냐 등의 질문을 하거나, 그래도 최신 기계라 성능은 좋을 거라는 둥의 이야길 늘어놓고 있었고, 나는 기대 섞인 남편의 눈빛을 피하면서 나오지도 않는 젖을 눈물과 함께 쥐어짜 낼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분유통에 각기 다른 언어로 적혀 있을 저 한 마디만을 굳게 믿으며 그렇게 우리의 모유 배달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