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나 Jul 11. 2023

나의 아기 3.

내가 아플수록 너는 튼튼해질까

모유를 유축해 아기가 있는 중환자실로 보내 달란 요청이 왔다. 헌데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병원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병원에는 모유를 짜내고 저장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체계가 부실했다. 남편은 급하게 근처 아기용품 판매점을 찾아냈고, 어찌 된 일인지 온라인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최신형 모유 유축기를 사 왔다. 


그 사이 나의 양 가슴은 부풀 대로 부풀고 굳을 대로 굳어가고 있었고, 그 고통이란 마치 가슴속에 가시 돋친 섬유질이 마구 자라나는 것 같이 엄청난 것이었다. 어디선가 따뜻한 수건을 가슴에 올려놓으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 병원 내 편의점에서 핫팩을 사다 붙였다가 그만 가슴의 상태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던 터였다. 냉찜질을 해도 모자랄 판에 핫팩이라니.


이제 유축만 하면 이 고통이 끝나겠지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깔때기를 가슴에 대고 버튼을 누르자 더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마치 젖꼭지가 뜯겨 나가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이상야릇하고도 우울한 감정이 나를 덮쳤다. 당장이라도 그 징그러운 기계를 내 가슴에서 뜯어내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모유가 잘 나오느냐, 많이 나오느냐 등의 질문을 하거나, 그래도 최신 기계라 성능은 좋을 거라는 둥의 이야길 늘어놓고 있었고, 나는 기대 섞인 남편의 눈빛을 피하면서 나오지도 않는 젖을 눈물과 함께 쥐어짜 낼 수밖에 없었다.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식품입니다'


세상의 모든 분유통에 각기 다른 언어로 적혀 있을 저 한 마디만을 굳게 믿으며 그렇게 우리의 모유 배달이 시작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아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