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나 Jul 11. 2023

나의 아기 2.

잠시 이별

아기의 살은 분홍색과 보라색이 섞여 있는 듯했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매우 힘들고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와 남편은 우리 셋이 덩그러니 놓인 그 병실의 공기를 견딜 수가 없었다. 공포감은 그렇게 우릴 엄습했다. 귀엽다는 느낌도 사랑스럽다는 느낌도 없이, 그저 전전긍긍의 감정만이 지배하던 10분 내지 15분의 시간이 지나자 간호사가 돌아오더니 황급히 아기를 데리고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아과 의사가 들어왔다.


'아기가 자가호흡이 잘 되지 않네요. 오늘 밤에는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관을 삽입한 뒤에 좀 지켜보고, 내일 신생아중환자실에 자리가 나면 그쪽으로 옮기죠.'


여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내 울음이 통곡으로 변할까 봐 무마하듯 의사는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날 밤 나는 배를 후벼 파는 수술의 고통과 아기에 대한 걱정으로 단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날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신종 바이러스의 만연으로 면회는 금지되어 있었고, 남편은 중환자실에 아기를 바래다준 길에 창문 너머 아기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내게 보여주었다. 삽관을 하고 손에 붕대 비슷한 손싸개를 끼고서 눈을 감은 아기는 이상하게도 꽤 편안해 보였다. 입을 오물거리다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슬쩍 돌리며 조그마한 팔을 움직거리는 것을 보니 목이 메어오고 눈물은 나도 모르는 새에 또 줄줄 흘러내렸다. 영상 속의 남편도 토하듯 숨을 내뱉으며 울고 있었다. 


아기는 무척이나 잘 먹는다고 했다. 정밀검사 결과 심장엔 구멍이 있고 숨도 저 혼자서는 아직 잘 못 쉬고 있지만 그나마 잘 먹고 있다니 뛸 듯이 기쁜 일이었다. 먹을 수 있고, 먹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아기에게 살 의지와 힘이 있다는 것일 테니.



작가의 이전글 나의 아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