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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나 Jul 11. 2023

나의 아기 4.

재회, 그리고 또 이별


모유를 열심히 짜다 나른 결과였던 걸까. 내가 퇴원하고 그 다다음 날 아기는 퇴원을 허락받았다. 조리원 입소는 이미 늦춰 놓은 상태였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퇴원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겉싸개에 폭 싸인 우리 아기가 내 품에 들어왔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기분으로 기분 좋은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기는 내내 잠들어 있었다. 잠든 아기의 볼은 너무 노랗고, 붉고 또 검었다.    


아기가 눈을 뜨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들면서도, 혹시 아직도 많이 아파서 계속 잠을 자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아기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뒤 아기와 함께 조리원에 입소했다. 조리원 원장님은 엄마 같은 다정한 인상으로 우릴 맞아주셨고, 나를 안으며 고생 많았다고 토닥여 주셨다.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삼키고 점심 식사로 나온 미역국을 한 대접 먹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간호사 출신의 원장님은 아기의 황달 수치가 아직 좀 높지만 그 외에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나와 남편은 며칠 내내 피로에 찌든 몸을 침대에 눕힐 수 있었다. 조리원은 따스하고 조용한 천국 그 자체였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곤 몸이 빨리 회복되도록 가벼운 맨몸운동을 하고, 매끼 나오는 미역국을 남김없이 먹으며, 조리원에 설치된 미니캠을 통해 수시로 아기의 표정을 살피고, 아기에게 줄 모유를 최대한 많이 유축해 직원분들에게 전달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평화롭게 지낸지 일주일 째 되던 날, 아기들 건강을 살피러 회진 오신 의사 선생님이 청진을 하신 뒤 말씀하셨다. 


'심잡음이 아직 너무 크니 최대한 빨리 대학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아기와 나는 조리원을 1주일만에 나왔고, 아기는 태어난 지 약 2주도 되지 않아 두 번째 입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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