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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나 Jul 11. 2023

나의 아기 5.

너의 노란 눈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2주일을 보내는 동안 나는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남편은 이런 나를 달래다가 나중엔 지쳤는지 그냥 화도 내었다. 그 심정이 이해가 됐다. 본인 마음도 지옥일 텐데 매일 울음소릴 듣고 있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 


병원에서 불규칙적으로 보내주는 이메일에는 담당 간호사가 아기에게 보내는 짤막한 편지와 아기 사진이 들어 있었다. 콧줄을 꽂고 눈을 꽉 감은 아기의 얼굴은 가끔 너무나 낯설었다. 우리 아기가 이렇게 생겼었나... 새삼 또다른 종류의 충격을 받고 또 그 마음을 진정시키다 보면 어느새 아기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이 사무쳤다.


입원한 지 10일 정도 되던 날 담당교수가 전화를 했다. 심실중격결손과 후두연화증은 앞으로 좀 지켜보면 될 것 같은데 황달 수치가 계속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심장의 기형이 있으면서 황달 등 그 외 문제가 발견된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전자, 검사. 둘 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단어이면서도 그 두개가 조합되어 내 귀에 꽂히니 조금 무서웠다. 그래, 의사들은 단 0.1 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고려하는 거겠지.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 계속해서 나 자신을 안심시키려 노력하며 달려간 병원에서 이런저런 서류에 서명을 했다. 


입원을 한지 2주 후 퇴원을 할 때에도 아기는 아직 황달끼가 있어 눈 흰자가 누렇고 피부도 거무스름했다. 그래도 일단 아기가 집으로 오니 남편과 나의 생활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목놓아 울거나 소리없이 우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였던 나도 정신을 차리고 아기 돌보는 데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틈틈이 연습했던 운전면허 기능시험도 예약했다. 앞으로 예약되어 있는 대학병원 외래검진이 한두 개가 아니었고, 집에서 15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 곳이기에 내가 운전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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