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주어가 갖추어져야 바람직하다

by 김세중

주어가 갖추어져야 바람직하다


최씨가 주도한 국정 농단으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과 국가 리더십이 붕괴했고 장기간에 걸친 국정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이르렀다.

214 ㅈ일보


위 문장에는 '붕괴했고'라는 서술어가 있고 '이르렀다'라는 서술어가 있다. '붕괴했고'의 주어는 '도덕성과 국가 리더십이'이다. 그러나 '이르렀다'의 주어는 보이지 않는다. 주어를 생략했다. 생략된 주어는 '이 나라가' 정도일 것이다. 대체로 독자들은 이 생략된 주어를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주어가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자에게 주어를 그려내도록 부담지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이르렀다'가 아니라 '상황이 발생했다', '상황이 초래됐다'라고 하면 주어가 갖추어져 문장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씨가 주도한 국정 농단으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과 국가 리더십이 붕괴했고 장기간에 걸친 국정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최씨가 주도한 국정 농단으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과 국가 리더십이 붕괴했고 장기간에 걸친 국정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초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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