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 문장은 실패한 문장

by 김세중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 문장은 실패한 문장


13일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빙속 괴물’ 김민석(19)은 서구인들이 지배하는 남성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메달리스트다. 부모님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데뷔전에서 재미교포 2세 클로이 김(18)은 여자 스노보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1982년 홀로 이민 갔던 그의 아버지가 “아메리칸 드림!”을 외칠 때 국민은 ‘코리아 드림’을 떠올리며 함께 웃었다.

215 ㄷ일보


위에서 마지막 문장은 의미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1982년 홀로 이민 갔던 그의 아버지가 “아메리칸 드림!”을 외칠 때'는 무엇과 호응하나? '그의 아버지가 '아메리카 드림!'을 외칠 때는 1982년 또는 그 이후이다. 지금이 아니다. 한편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을 뜻하는데 ''코리아 드림'을 떠올리며 국민이 함께 웃은 것은 언제인가? 클로이 김이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스노보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2018년 지금일 수밖에 없다. 위 글을 쓴 필자에게는 말하고자 하는 무엇이 분명 있었겠지만 독자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 문장은 실패한 문장이다. '국민은 1982년 홀로 이민 갔던 그의 아버지가 “아메리칸 드림!”을 외칠 때 그것이 ‘코리아 드림’이었음을 떠올리며 함께 웃었다.'를 말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접속할 때는 문맥을 잘 살펴야


국제사회의 고립과 봉쇄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215 ㄷ일보


'고립 봉쇄'는 조사 ''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만일 '봉쇄'를 뺀다면 어떻게 될까?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바른 문장인가? '국제사회의 봉쇄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앞의 문장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국제사회의 고립 정책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처럼 '정책' 또는 '압박' 같은 말이 들어가야 한다. 결국 '고립과 봉쇄'처럼 접속해서는 안 됨이 드러난다. 따라서 '고립과'를 빼고 그냥 '봉쇄'만 남기거나 아니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에서'처럼 '봉쇄'를 빼야 한다. 두 성분을 접속할 때는 문맥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사회의 봉쇄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국제사회의 고립 정책과 봉쇄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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