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계기로 삼다' 조심해서 써야

by 김세중

'계기로 삼다' 조심해서 써야


아베 일본 총리는 미 상무부의 철강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인 14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일본 기업의 미국 내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트럼프 측근으로 활동하던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만나 관계를 돈독히 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수출입 대국의 통상 압박에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효성은 없는 얘기다. 차라리 왜 일본은 피해가고 우리만 당하게 됐는지 원인조차 설명 못 하는 우리 통상본부의 조직과 전력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편이 낫다.

222 ㅈ일보


'~하는 계기로 삼다'라는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표현을 쓸 때는 '~을 ~하는 계기로 삼다'와 같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을'이 없이 쓰는 것은 마치 '나는 그 아이를 내 양아들로 삼았다'는 아주 자연스럽지만 '나는 내 양아들로 삼았다'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불완전하다. '~을'에 해당하는 부분을 생략하고서 생략된 것이 무엇인지는 독자가 알아서 해석하라는 셈이다. 그런데 위 문장에서 생략된 '~을'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아베 일본 총리의 발언이나 행동을 뜻하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왜 아베 총리의 발언이나 행동을 우리나라 통상 본부의 조직과 전력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결국 위 문장에서 '계기로 삼겠다는'은 쓰지 않는 것이 좋았다.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대신 '재정비하겠다는'이라고 하면 간명하면서 뜻이 쉽게 파악된다.


차라리 왜 일본은 피해가고 우리만 당하게 됐는지 원인조차 설명 못 하는 우리 통상본부의 조직과 전력을 재정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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