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불필요한 인용 바람직하지 않다

by 김세중

불필요한 인용 바람직하지 않다


또 성범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형법 테두리를 벗어나 아동청소년보호법이나 양성평등기본법·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련 조항을 끼워 넣는 식의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문제다.

309 ㅈ일보


최근의 미투 운동과 관련해 정부가 몇 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위 문장은 이에 대해 쓴 사설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문제다'의 '떨어뜨린다는'은 인용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인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했다. 즉 '떨어뜨는 것도 문제다'라고 하면 될 것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문제다'라고 한 것이다. '떨어뜨린다는' 대신 '떨어뜨리는'이라고 하면 뜻이 선명해지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


또 성범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형법 테두리를 벗어나 아동청소년보호법이나 양성평등기본법·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련 조항을 끼워 넣는 식의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는 것도 문제다.



모호한 표현 피해야


법의 명확성 원칙을 거스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성범죄 관련 조항이 여러 법에 흩어져 있고 필요에 따라 누더기처럼 덧붙여져 왔기에 검사 등 법률가조차 내용을 잘 몰라 엉뚱한 법 적용을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어떤 행위를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게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법이 있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309 ㅈ일보


'법의 명확성 원칙을 거스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에서 '거스르는'의 주어가 없다. 누가 법의 명확성 원칙을 거스른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또 어떤 일이 법의 명확성 원칙을 거스르는 것인지도 나타나 있지 않다. 그래서 뜻이 모호한 문장이 되고 말았다. '법의 명확성 원칙'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알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게 좋다. 즉 '법이 명확하지 않은 건 또 다른 문제다.'라고 하면 간명하다.


법이 명확하지 않은 건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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