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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02. 2018

맞춤법이 뭐길래

시장에는 '순댓국' 파는 집이 흔하지만 '순댓국'이라는 간판은 찾기 어렵다. 모두가 맞춤법 위반자가 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어는 어렵다'고 한다. 영어보다 국어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태어나서부터 듣고 말하는 게 국어인데 국어가 영어보다 어렵다니! 국어가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주범은 맞춤법, 표준어 같은 어문규범이다. '맞춤법에 맞는 것은?' 하는 물음의 정답이 허를 찌르는 경우가 한두 가지인가. 요즘 인기 있는 퀴즈인 '잼라이브'에도 국어 문제가 자주 나온다. 그리고 맞춤법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횡경막', '짜집기', '만둣국' 중에서 맞춤법에 맞는 것을 묻는 문제가 나왔는데 '만둣국'을 얼른 집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정답은 '만둣국'이다. 식당 메뉴판이 보통 '만두국'이라 되어 있건만 '만두국'은 맞춤법이 틀렸단다. '순대국' 간판도 다 틀린 것이다.


부모님이 순대국집을 하는 집 아이는 어려서부터 '순대국'이라는 간판에 익숙해져 있는데 어느 날 '순댓국'이 맞춤법에 맞고 '순대국'은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부모님은 맞춤법을 모르는 분이었던 것이다.


국민의 머릿속에는 '순대국', '만두국'이 들어 있지만 맞춤법은 그걸 틀렸다 한다. 착한 국민은 맞춤법이 잘못됐다 하지 않고 맞춤법이 어렵다 할 뿐이다. 국어학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정하지 않았겠나 할 뿐이다. 나아가 국어에 대해 무식하다고 자신을 탓하기까지 한다. 


'만두국'이냐 '만둣국'이냐에는 거창한 이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무엇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할 뿐이다. 온통 간판이 '순대국'인 예에서도 보듯이 대중의 머릿속에는 '만두국'이 자리잡고 있다. 그럼 그렇게 쓰도록 하면 된다. '만둣국'이 맞춤법에 맞다며 '만둣국'으로 쓰라고 대중을 가르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언어는 습관이다. 습관을 함부로 바꾸려고 들다니! 좀체 성공하지 못한다. 낯설기 그지없는 '만둣국'이 맞춤법에 맞는 표기임을 기억하고 암기해야 하는 우리 국민의 처지가 한탄스럽다. 국어에 대한 염증밖에 더 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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