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을 보는 새로운 시각
두바퀴출판사에서 새 이북이 나왔다.
제목이 "순대국을 허하라"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순대국을 허하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순대국은 맞춤법이 틀렸다.
순댓국이 맞춤법에 맞다.
이른바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한다.
맞춤법이든 표준말이든 뭐든 간에
말이란 다수의 사람들이 쓰는 말이 맞는 말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약속이다.
이 나라 시장의 어디든 가 보라.
순댓국이라는 간판이 있는가.
(맞춤법을 잘 지키려는 가게가 전혀 없지는 않다. 0.1%나 될까.)
순대국으로 표기가 통일되어 있는 마당에
유독 국어사전만 맞춤법에 따라 순댓국이라 되어 있다.
그러니 국어시험에, 퀴즈 문제에 순대국이 맞는지 순댓국이 맞는지가 단골로 등장한다.
사이시옷을 넣은 게 사람들 눈에 익숙한 단어들이 있다.
냇가, 시냇물, 빗물, 잇몸, 나룻배, 깃발 같은 단어들이 그렇다.
반대로 사이시옷을 넣은 게 사람들 눈에 어색하기 그지없는 단어들이 있다.
순댓국, 만둣국, 등굣길, 하굣길, 최댓값, 꼭짓점 같은 단어들이 그렇다.
맞춤법의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익숙한 대로 쓰게 하면 된다.
그런데 된소리만 나면 모든 단어에 다 사이시옷을 넣으라 하니
수많은 사람들을 맞춤법 위반자, 맞춤법 무식쟁이로 만들었다.
어떤 단어에는 사이시옷을 넣고
어떤 단어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스럽지 않겠냐고 할지 모른다.
그런 걸 기우라 한다.
외국인이나 그게 어렵지 한국인이라면 어느 단어는 사이시옷 넣은 게 자연스럽고
어느 단어는 사이시옷 없는 게 자연스러운지 대개 감이 비슷하다.
비빔밥은 발음이 [비빔밥]이 아니고 [비빔빱]이지만
볶음밥은 발음이 [보끔빱]이 아니고 [보끔밥]이다.
왜 비빔밥은 [비빔빱]이고 볶음밥은 [보끔밥]인지
누구도 어렵다거나 혼란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발음이 그렇듯이 철자도 마찬가지다.
냇가는 냇가지만 순대국은 순대국이다.
냇가에 사이시옷을 쓰니 순대국도 순댓국으로 쓰라고 할 게 아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순대국집 간판은 여전히 순대국이다.
순댓국이 낯설고 거슬리기 때문이다.
맞춤법이 국민의 언어 습관 위에서 호령하는 시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어리석고 허망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맞춤법은 고쳐야 마땅하다.
한시바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