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함께하는 여행
어린이날 3일 연휴에 자전거여행에 나섰다.
어디로 갈까 이곳 저곳을 재보다가 해인사가 있는 합천으로 낙점했다.
물론 최근 새로 산 접이식자전거와 함께다.
김천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고 김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해인사를 거쳐 합천읍을 지난 뒤
합천호를 보고 거창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을 구상했다.
그리고 실행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타보는 새마을호다.
좌석이 매진돼 입석표를 사서 영등포역에서 기차에 올랐다.
열차 칸의 맨 끝에 가방 두는 공간이 있었는데 자전거를 접으니 쏙 들어갔다.
안성맞춤이다.
김천역에서 내려 아침식사를 하고 남쪽을 향했다.
처음엔 좀 지루했다.
김천시 조마면에서 성주 방향으로 언덕을 넘었다.
성주호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천면을 지나는데 멀리 뾰죽뾰죽한 산봉우리가 보였다.
가야산임에 틀림없었다.
가천면에서 수륜면까지는 길이 넓고 평평해서 달리기 좋았다.
수륜면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꼬부라져야 했는데 갑자기 가파른 산길이었다.
얼마 못 가서 내려서 끌고 가야만 했다.
숲속길이 여간 운치 있지 않아서 힘든 줄 별로 몰랐다.
도중에 콸콸 흘러 나오는 '가야산생수'도 마시고 백운동에선 법수사 3층석탑도 지났다.
오른편으로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심원사, 가야호텔 등의 표지가 연이어 나타났다.
가야산의 동쪽이었다.
가야산의 서쪽은 경남 합천군에 속하고 동쪽은 경북 성주군이었다.
내리막이 시작되면서 경남 합천으로 접어들었다.
사거리에 거대한 대장경테마파크가 있었다.
오른쪽으로 꼬부라져 해인사 방향으로 향했다.
기나긴 오르막이 시작됐다.
그 길은 홍류동 계곡과 나란히 나 있었다.
끝없이 꼬불꼬불...
드디어 해인사 입구에 이르렀다.
해인사가 1.1km 남았단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걸어서 해인사로 갔다.
시시각각 어두워지는데....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대적광전까지 이르렀다.
해인사는 참으로 큰 절이다.
대장경이 보존되어 있는 곳은 출입금지구역이라 가볼 수 없었다.
절 안에 승복을 입은 서양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절 입구에는 부도탑이 참 많이도 서 있다.
혜암스님, 성철스님, ...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한 모양이다.
이미 어둠이 깊었다.
가야면에서 1박했다.
이튿날 아침 가야면의 한 식당에서 주인인 노부부의 따뜻한 손님 접대에 감동 받았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았던 것이다.
식후에 맛보라며 '개구리참외'를 한 접시 내주어 먹어보니 여간 달지 않다.
가야면을 벗어나 한참 달려 야로면에 닿았다.
곧이어 하늘로 거대한 고속도로가 나 있었다.
광주대구구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합천읍을 가려면 묘산면쪽으로 가도 되지만 길이 험할 거 같아
평지를 찾아 고령군 쌍림면으로 향했다.
송림리에 매림서원이 있었다.
고풍스러웠다.
얼마 안 가 쌍림면 귀원리에 이르렀다.
농악이 유명한 듯 건물 외벽에 농악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땅땅마을'이라 했다.
합천 방향 국도를 타다가 오른편에 있는 한옥마을은 '개실마을'이었다.
고령군은 대가야의 고장답게 한옥이 참 많다.
지릿재터널을 지나니 합천이었다.
합천읍은 떠들썩하고 활기찼다.
한복판에 '왕후시장'이 있었다.
합천시네마는 극장인 듯했다.
시내를 빠져나와 용주면을 지날 무렵 갑자기 볼 게 많아졌다.
이주홍아동문학관, 청소년회관 등을 지나니 관광버스가 그득한 곳이 나타났다.
합천영상테마파크였다.
거대한 영화촬영지였다.
들어가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수많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음을 안내판이 설명해 주었다.
서서히 합천호가 가까워졌다.
멀리 산속에 커다란 집이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활약한 의병들을 기린 창의사였다.
거길 지나자마자 합천댐이었다.
참으로 거대했다.
자전거를 타고 끝까지 건너보았다.
되돌아나오니 물문화관이 있었다.
조금 더 가니 대병면....
식당을 찾아 저녁식사를 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듯한 그 식당 또한 친절하기 그지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온 내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봉산면 방향으로 달렸다.
야영할 데를 찾아 두리번거리면서....
동네 정자가 안성맞춤이기에 혹시 그런 데가 없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았으나
끝내 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어둠이 깊어지는 바람에 길가의 숲속에 자리잡지 않을 수 없었다.
밤에 비가 바닥에 스며들어 축축함을 느꼈다.
비 때문에 애를 먹었다.
아침에 텐트를 걷을 때도 고전했다.
하지만 결국 젖은 텐트를 말아서 배낭에 넣고 출발....
거창군 신원면 양지리의 고갯길은 멀고도 멀었다.
경사가 심해 걸으면서 그 고요한 언덕길을 넘었다.
고개를 넘자마자 신원면에서 남상면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펼쳐지는 저 멀리 안개 낀 산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숨이 멎을 듯한 광경 아닌가.
한참을 서서 쳐다보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저 멀리 아파트촌이 보였다.
거창읍의 모습이었다.
6~7km 떨어진 곳이지만 손에 잡힐듯이 보였던 것이다.
빗속을 달렸다.
남하면을 지나서야 비로소 거창읍에 들어왔다.
2박 3일의 자전거여행이 끝이 났다.
6개월만의 자전거여행....
가야산과 합천호를 흠뻑 만끽했다.
합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