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함을 낳지 않아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비롯한 우리 특사단이 지난 3월 5일 김정은 북한 정무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고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청와대는 김정은이 "미국이 체제 보장을 해주면 우리가 왜 어렵게 핵을 갖고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두 번이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직접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더 강력한 '완전하고 영원한 비핵화' 기준을 내걸었고 존 볼턴 안보 보좌관은 북한의 모든 핵을 미국 핵 무덤에 가져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이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을 거둘 것"이라고 예고하며 불과 몇 달 전까지 미치광이라고 불렀던 김정은에 대해 "고귀하다(honorable)"고 극찬하기도 했다.
북한 측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을 한·미 양국 관계자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북한이 지난 25년간의 핵협상 과정과는 달리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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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짐작했다'의 주어가 없다. 누가 짐작했다는 것인지 나타나 있지 않다. 독자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다못해 '우리는'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없다. 주어 없이 '짐작했다'라고 하기보다는 '짐작됐다'나 '보였다'라고 하는 것이 의아함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하고 있을'에 사용된 시제가 적절하지 않다. 지금 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난 3월과 4월에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하고 있었을', '했을'이라고 하거나 '하고 있던', '했던' 등과 같이 써야만 문장 끝의 '짐작했다'와 어울린다.
북한 측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었을 한·미 양국 관계자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북한이 지난 25년간의 핵협상 과정과는 달리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