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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너무 앞서 나가면 수긍 얻기 어려워

by 김세중

너무 앞서 나가면 수긍 얻기 어려워


지난 사흘간 북·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둘러싼 반전과 파격을 경험했다. 미국의 압박에 북측 고위관리들이 거칠게 반발했고,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비핵화 정세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가 겨우 기사회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비생산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만일 이런 갈등 요소를 해소하지 못한 채 회담이 열렸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게 뻔하다. 신뢰 기반이 약한 북·미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평화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아직은 평화보다는 전쟁, 대화보다는 대결이 더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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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런 갈등 요소를 해소하지 못한 채 회담이 열렸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게 뻔하다.'라고 했다. 회담은 2018년 6월 12일에 열릴 예정이고 이 글은 2018년 5월 28일에 신문에 실렸다. 예정된 회담이 열리기 보름 전에 나온 글이다. 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보름이나 남았다. 그런 마당에 '회담이 열렸다면'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다. '회담이 열렸다면'은 회담이 열린 후에나 쓸 말이기 때문이다. 이미 회담 취소가 한번 있었던 터이니 정말 회담이 열릴지는 회담 당일에 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회담이 열린다면'이라고 해야 온당하다. 더 큰 문제는 '성공하지 못을 게 뻔하다'이다. 이는 회담이 성공했음이 확인된 후에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회담이 성공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회담 자체가 성사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미 한 차례 취소와 번복 소동을 겪었기 때문이다. '성공하지 못했을 게 뻔하다'는 과한 표현이다. '성공하지 못 게 뻔하다'라고 해야 한다. 너무 앞서 나가면 수긍을 얻기 어렵다.


만일 이런 갈등 요소를 해소하지 못한 채 회담이 열다면 성공하지 못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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