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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지시어는 대상이 명확할 때 써야

by 김세중

지시어는 대상이 명확할 때 써야


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했다면 CVID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거에 써먹던 '단계적 조치' '핵 군축회담'을 들먹이고 있다. 지난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서부터 핵 전문가 참관을 허용하지 않았다. '불완전하고 검증 불가능하며 돌이킬 수 있는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어겨온 북한은 CVID를 하기보다는, 축소 신고하거나 은폐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설혹 김정은이 이런 결단을 하려 해도 군부나 강경파가 나서서 반발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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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혹 김정은이 이런 결단을 하려 해도 군부나 강경파가 나서서 반발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했다. 지시어 '이런'이 쓰였다. '이런'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찾기 마련이다. 보통 지시어의 대상은 바로 앞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즉, '이런'은 '축소 신고하거나 은폐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해서는 뜻이 통하지 않는다. '축소 신고하거나 은폐함'이 아니라 'CVID를 하기'를 뜻하는 것으로 봐야 뜻이 통한다. 이렇게 지시어의 지시 대상을 놓고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지시어를 쓰지 않고 목적어를 분명히 밝히는 편이 낫다.


설혹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려 해도 군부나 강경파가 나서서 반발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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