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월드컵 기사를 읽으며 (2)

by 김세중

1승1무를 기록 중인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짓는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 톱시드 8개 팀 중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된 폴란드가 1승이라도 챙기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폴란드는 조별리그에서 2패를 먼저 하면 마지막 경기에서 꼭 승리하는 이상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에 연패를 당한 뒤 미국과 최종전에서 승리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에콰도르와 독일에 패했지만 코스타리카를 잡고 마지막 자존심을 챙겼다. 만약 일본이 패하거나 비기고 콜롬비아-세네갈전이 무승부로 끝나면 일본이 탈락하게 된다.


------------------------------------------------------------------------------------------------------------------------


러시아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일본은 H조에 속해 있다. 2패를 기록해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와의 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데 1승 1무로 이미 승점 4점을 확보해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위 글은 월드컵 소식을 전하는 한 신문 기사다. 첫 문장은 일본이 폴란드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짓는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일본이 패하거나 비기고 콜롬비아-세네갈전이 무승부로 끝나면 일본은 탈락한다고 했다. '패하거나 비기고'라고 했으니 비기는 경우에도 콜롬비아-세네갈전이 무승부로 끝나면 일본은 16강 진출을 못한다는 뜻이다. 첫 문장과 명백히 상치된다. 둘 중 어느 하나는 틀렸다. 실제는 마지막 문장이 틀렸다. 첫 문장이 옳다. 일본은 폴란드와 비기면 무조건 조 2위를 확보하고 따라서 16강에 진출한다. 일본이 탈락하는 경우는 일본이 폴란드에 질 경우이다. 그리고 일본이 폴란드에 지더라도 콜롬비아와 세르비아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일본이 조2위가 돼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따라서 위의 마지막 문장은 최소한 다음과 같이 썼어야 했다.


만약 일본이 폴란드에 패하고 콜롬비아-세네갈전이 무승부로 끝나거나 콜롬비아가 세르비아를 이기면 일본이 탈락할 수도 있다.


앞뒤가 명백하게 서로 모순된 글은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사실관계가 잘못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글이 독자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신문기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월드컵 기사를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