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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2. 2019

강화도 석모도

2019. 6. 10.

강화도를 찾은 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1년은 넘었음이 틀림없다. 아니, 2년도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처럼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강화도를 방문했다. 당일치기 여행이다.   


합정역에서 네 친구가 만나 강화도로 향했다. 도로가 여간 시원하게 나 있지 않았다. 김포시 양촌까지 줄기차게 달렸고 어느새 대명항 부근을 지나 초지대교를 건넜다. 대교를 건너 초지진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이 탄 다른 한 대가 오기를 기다리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초지대교 건너면 있는 초지진에는 노송이 두 그루 있다. 위풍당당하다.


초지진 안내판에 1871년 6월 10일에 미국 군함이 초지진을 공격했다니 정확하게 148년 전 일이다. 당시엔 적국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중요한 동맹이다. 한국전쟁 때는 미군이 아니었다면 적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찔하다. 종전 후 상호방위조약이 맺어졌고 지금까지 혈맹이다. 최근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 날 모임의 목적은 밴댕이회를 먹는 것이었다. 후포항이 특히 밴댕이가 많이 들어오는 항이라 했다. 마니산 밑을 지나 후포항에 이르니 과연 횟집이 상당히 많았다. 동해안 울진에 후포항이 있는데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후포항이 있었다. 횟집 하나에 배가 하나씩 맺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밴댕이는 참 부드러웠다. 회도 먹고 구이도 먹었다. 무침도 있었고... '밴댕이 속', '밴댕이 속' 하는데 밴댕이 속이 어떻길래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풀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물고기처럼 보였는데...  


강화도 서쪽 후포항 어느 횟집 지붕에 갈매기들이 일렬로 서 있다
후포항의 횟집들은 저마다 배를 갖고 있는가보다. 간판이 '00호'라 된 걸 보니...


술 한잔 곁들여 밴댕이 요리를 충분히 맛본 다음 일행이 찾은 곳은 석모도였다. 석모도는 강화도 서쪽에 있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이다. 강화도보다 훨씬 작지만 낙가산에 보문사가 있어 사람들이 참 많이 찾던 곳이다. 다리가 놓이기 전 외포리 선착장엔 외포리와 석모도를 오가는 배들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이제 그 배는 보이지 않는다. 근사한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다.  


건너편이 석모도이고 석모대교가 보인다


석모도에 들어가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돌기로 하고 왼쪽 길을 택했다. 웬 펜션이 그리 많은지! 상봉산 아래를 지나다 멋진 카페를 발견하고 차름 맘추었다. 서해안 풍경이 참으로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마침 빈 터엔 샛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어 있었다. 서쪽으로 섬들이 참 많이 흩어져 있었다. 아마도 불음도, 주문도 등이리라.  


화초로 온통 뒤덮인 레스토랑. 석모도
카페는 참 운치 있는 데 자리잡기도 했지만 아기자기하게 잘도 꾸며져 있다
석모도 서편에 점점이 섬들이 있다
탁 트인 이런 데선 오래 앉아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듯
저 멀리 보이는 곳은 강화도가 아닐까 싶다
금계국이 빈터에 밭을 이루었다
카페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배경인 산은 석모도 상봉산
카페 입구.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무슨 열매인지 신기하다


석모도엔 거의 20년쯤만이 아닌가 싶었다. 섬 가운데 길게 뻗은 산에 등산로가 있는 줄 안다. 해발 200~300미터 높이니 적당한 높이다. 언제 한번 종주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대단할 것 같았다.  


석모도에 펜션은 많으나 카페는 드물어 보였는데 그 카페는 꽤 훌륭했다. 손수 만든 케이크까지 팔고 있었으니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울 수 있었다. 카페를 나와 삼산면 소재지를 지나 다시 다리를 건너 강화도로 넘어왔다.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초지대교 건너서는 대명항에 들러 조개탕을 안주 삼아 다시 한잔을 더 걸쳤다.  


대명항에 와서 조개찜을 즐기다


예전과 달리 강화도에서 서울 들어오는 도로가 참 잘 나 있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서김포IC에서 나와 바로 얼마 가지 않아 서울로 들어오는 시원스런 자동차 전용도로가 연결된다. 그 길로 줄기차게 달리면 88올림픽도로로 이어지니 어느새 서울이었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 이렇게 멋진 강화도에 전철이 연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욕심이 끝이 없다. 강화도는 그만큼 또 가고 싶은 곳이다. 돌아오다가 차창을 통해 신기한 장면을 보았다. 길상면 중심인 온수리를 벗어나 장흥리를 지날 때였는데 산 밑에 구부러진 도로가 나 있고 하늘로는 곤돌라가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정상엔 큼직한 전망대도 서 있었다.


강화리조트였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내려올 때는 루지를 타고 내려오는 모양이었다. 루지야 어린아이들용일 테니 정상에 올라가 전망대에서 전망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체험일 듯싶다. 강화도 곳곳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생겨난다. 이 나라 역사의 엄중한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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