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헌법의 전문이다.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한 문장은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지만 헌법 전문은 꽤 긴 문장인 편이다. 문장이 길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길 필요가 있고 길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길어도 된다. 그러나 이 기나긴 헌법 전문은 반듯한 문장인가. 뜻이 명료한 문장인가. 이 정도로 길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요컨대 '좋은 문장'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사용된 동사는 많고도 많다. 담고 싶은 뜻은 많고 그래서 많은 말을 욱여넣기는 했으나 요령부득이다. 위 헌법 전문은 이해 가능한 수준을 넘어 보인다. 좀 더 간명하게 썼어야 했다. 그 이전에, 헌법에 전문은 과연 필요한가. 왜 있어야 하나. 있어야 한다면 제대로 된 문장을 써야 한다. 조문은 어떤가. 짧은 문장은 완벽한가.
문장은 정문과 비문으로 나뉜다. 정문은 말이 되는 문장, 비문은 말이 안 되는 문장이다. 누구나 정문을 쓰려고 하지만 실수로 비문을 쓰기도 한다. 주변에서 비문인 문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쓰는 문장이 모두 정문인 것은 아니다. 문법 지식이 부족하거나 문법에 대해 주의를 소홀히 하다 보면 비문을 섞어 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개인이 쓰는 글에서 비문이 섞이는 것과 헌법에 비문이 들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온 국민이 뜻을 모으고 당대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완벽을 기해 만들었을 헌법에 비문이 들어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위 헌법 제53조 제7항 문장은 어떤가. '발생하다'는 자동사여서 '효력이 발생하다'로 쓰이지 '효력을 발생하다'로는 쓰일 수 없는데 '효력을 발생한다'고 했다. 따라서 위 문장은 명백한 비문이다. 헌법에 비문이 있다. 어디 제53조 제7항뿐인가.
'발생하다'와 마찬가지로 '증가하다'도 자동사다. 국어사전에 '증가하다'는 '양이나 수치가 늘다'라 뜻풀이되어 있고 용례로 '소비가 증가하다', '장서가 증가하다' 등이 제시돼 있다. '~을 증가하다'와 같은 용법은 없다. 그런데 헌법 제57조는 '금액을 증가하거나'라고 했다. 헌법은 문법 밖에 있는가. 문법을 무시해도 좋은가. 헌법이든 법률이든 철저하게 한국어 문법에 맞게 써야 한다. 한법과 법률의 한국어가 따로 있지 않다. 그러나 위 예들은 '발생하다', '증가하다'의 용법과 아주 동떨어져 있다. 헌법을 만든 이들이 문법에 대해 무지했거나 문법을 소홀히 여겼음을 보이는 사례다. 헌법에 이런 비문이 들어 있는 것을 30년이 넘도록 방관해온 국민들의 무관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한국민은 정녕 한국어에 무관심한가. 위 예문들은 각각 다음과 같이 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