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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8. 2019

'하다'를 써야 하는 경우

'성취하다'와 '성취되다', '확정하다'와 '확정되다', '완성하다'와 '완성되다', '종결하다'와 '종결되다'는 뜻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문맥에서 서로 바꾸어 쓸 수 없다. 이에 반해 '기간이 만료하다'와 '기간이 만료되다', '재산이 국가에 귀속한다'와 '재산이 국가에 귀속된다'는 뜻이 같고 어느 쪽으로 쓰든 다 문법적이다. 다만 '기간이 만료한다'보다는 '기간이 만료된다'가, '재산이 국가에 귀속한다'보다는 '재산이 국가에 귀속된다'가 뜻이 더 생생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만료된다', '귀속된다'를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하다'나 '-되다'나 다 가능하지만 '-되다'보다 '-하다'를 쓰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있다. '소멸하다', '증가하다', '감소하다' 등은 '소멸되다', '증가되다', '감소되다'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굳이 '소멸되다', '증가되다', '감소되다'라고 하기보다는 '소멸하다', '증가하다', '감소하다'를 쓰는 것이 더 낫다. 더욱이 같은 법 안에서 '-되다'와 '-하다'를 섞어서 쓰기보다는 통일해서 쓰는 편이 낫고 통일할 때는 이왕이면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통일하는 것이 낫다.


제11조(성년후견종료의 심판)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을 한다.


민법 제11조에서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이라고 했다.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한 경우에는'이라고 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데 '소멸된'을 썼다. '소멸된'이나 '소멸한'이나 뜻이 같다. 차이가 없다. 따라서 더 자연스러운 것을 쓰는 것이 낫다. 실제로 '소멸한'을 쓴 조문이 있다. 다음 민법 제22조가 그렇다.


제22조(부재자의 재산의 관리) ①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난 자가 재산관리인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하여야 한다. 본인의 부재 중 재산관리인의 권한이 소멸한 때에도 같다.


'소멸된'과 '소멸한'은 민법에서 뒤섞여 나타난다. '소멸된' 또는 '소멸된다'로 쓴 예는 제11조 외에 제14조, 제127조, 제144조, 제315조 제2항, 제926조, 제999조 제2항, 제1024조 제2항에 있다. 이와 달리 '소멸한' 또는 '소멸한다'로 쓴 예는 제128조, 제191조, 제192조, 제260조 제1항, 제283조 제1항, 제285조 제1항, 제313조, 제314조 제1항, 제316조 제1항, 제317조, 제328조, 제369조, 제417조, 제418조 제1항, 제459조, 제475조, 제489조 제2항, 제493조 제2항, 제500조, 제506조, 제507조, 제547조 제2항, 제552조 제2항, 제553조, 제556조 제2항, 제639조 제2항, 제662조 제2항, 제766조 제1항, 제839조의2 제3항, 제923조 제1항, 제927조 제2항, 제1117조에 있다. 이렇게 뒤섞여 쓰이고 있는 '소멸된'과 '소멸한'은 '소멸한'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증가하다'와 '증가되다', '감소하다'와 '감소되다'도 뜻의 차이가 없다. 어느 것을 써도 된다. 그러나 '소멸하다'와 '소멸되다'에서 보았듯이 굳이 '-되다'를 쓰지 않고 '-하다'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국어사전만 놓고 보면 '증가되다', '감소되다'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증가하다', '감소하다'가 일상 언어생활에서 더 자주 쓰이고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민법 조문은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쓸 필요가 있다. 아래에 보이는 민법 제403조, 제473조의 '증가'과 제362조, 제485조, 제1088조 제2항의 '감소'은 각각 '증가'과 '감소'으로 바꾸는 것이 낫다.


제403조(채권자지체와 채권자의 책임) 채권자지체로 인하여 그 목적물의 보관 또는 변제의 비용이 증가 때에는 그 증가액은 채권자의 부담으로 한다.


제473조(변제비용의 부담) 변제비용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채무자의 부담으로 한다. 그러나 채권자의 주소이전 기타의 행위로 인하여 변제비용이 증가 때에는 그 증가액은 채권자의 부담으로 한다.


제362조(저당물의 보충) 저당권설정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저당물의 가액이 현저히 감소 때에는 저당권자는 저당권설정자에 대하여 그 원상회복 또는 상당한 담보제공을 청구할 수 있다.


제485조(채권자의 담보상실, 감소행위와 법정대위자의 면책) 제481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위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담보가 상실되거나 감소 때에는 대위할 자는 그 상실 또는 감소로 인하여 상환을 받을 수 없는 한도에서 그 책임을 면한다.


제1088조(부담있는 유증과 수증자의 책임) 

②유증의 목적의 가액이 한정승인 또는 재산분리로 인하여 감소 때에는 수증자는 그 감소된 한도에서 부담할 의무를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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