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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9. 2019

'시키다'를 써야 하는 경우

'-하다'와 '-되다' 중에서 문맥에 맞는 것을 써야 문법적인 문장이 되면서 뜻이 명료하게 드러남을 보았다. 둘 다 문법에 맞는 경우에도 둘 중에서 일상생활에서 두루 쓰이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함도 물론이다. '-하다'와 '-되다' 중에서 바르거나 더 자연스러운 것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다'와 '-시키다'를 잘 구별해서 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제646조(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①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 물건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의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에는'이라고 했다. '임차인이 이에 부속한 물건'은 '임차인이 물건을 이에 부속했다'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임차인이 물건을 이에 부속했다'가 비문이라는 것이다. '부속하다'는 '주된 사물이나 기관에 딸려서 붙다'라는 뜻으로 '~에 부속하다'로 쓰이는 자동사다. '~에 ~을 부속하다'로 쓰일 수 없는 말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물건을 이에 부속했다'는 비문이고 여기서 도출된 '임차인이 이에 부속한 물건' 역시 비문법적이다. '~에 ~을 부속'가 아니라 '~에 ~을 부속시키'가 맞다. 그러므로 '이에 부속 물건'이 아니라 '이에 부속시킨 물건'이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민법 제646조 제1항은 아래와 같이 고쳐야 한다. '부속시킨' 대신 '부속하게 한'이라고 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646조(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①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시킨 물건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의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자동사인 '부속한'을 타동사로 잘못 사용한 예는 다음의 제647조 제1항과 제650조에도 나타난다. 


제647조(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①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적법하게 전대한 경우에 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에는 전대차의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제650조(임차건물등의 부속물에 대한 법정질권)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인이 임대차에 관한 채권에 의하여 그 건물 기타 공작물에 부속한 임차인소유의 동산을 압류한 때에는 질권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위 제647조 제1항과 제650조의 '부속한' 또한 '부속시킨'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부속하다'와 관련해 민법 제100조가 눈길을 끈다. 제100조는 다음과 같다.


제100조(주물, 종물) ①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자기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하 한 때에는 그 부속물은 종물이다.


앞에서 본 제646조, 제647조, 제650조처럼 표현한다면 '자기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 때'라고 할 법하련만 제100조에서는 '자기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하게 한 때'라고 했다. 제646조, 제647조, 제650조의 '부속한'은 틀린 표현이므로 '부속시킨'으로 고쳐야 하는 데 반해 제100조의 '부속하게 한'은 바른 표현이다. 따라서 그냥 두어도 좋겠지만 제646조, 제647조, 제650조의 '부속한'을 '부속시킨'으로 바꾼다고 가정한다면 제100조의 '부속하게 한'도 '부속시킨'으로 바꿈으로써 표현을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요컨대 '부속하다'는 자동사이므로 타동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타동사로 쓰려면 '부속시키다'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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