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에는 단순한 나열도 있고 선택 표현도 있다. 법률 조문에서도 나열을 하거나 선택하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일반인이 글을 쓸 때 접속을 문법적으로 완전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런데 완벽해야 할 법률 조문에서도 접속이 바르지 않은 경우를 이따금 보게 된다. 민법 제73조 제2항이 그런 예이다.
이 조항은 법인에 관한 조항 가운데 하나이다. 법인을 구성하는 사원은 직접 총회에 출석하여 결의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서면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대리인으로 하여금 결의권을 행사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서면으로 또는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를 줄여서 간략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서면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한국어답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대리인을 통해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따로 있다.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예컨대 '교장은 입원중에 교감으로 학교장 권한을 행사했다'가 어색한 것과 똑같이 어색하다. 이에 반해 '교장은 입원중에 교감을 통해 학교장 권한을 행사했다'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이 완벽하다. "사원은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부자연스러운 문장에 대해 그동안 사람들은 법률 조문의 권위에 주눅 든 나머지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부당한 권위에 고개 숙여서는 안 된다. 반듯하고 한국어다운 표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법률이 국민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민법 제73조 제2항은 다음 둘 중 어느 하나로 바꾸어 쓸 때 한국어답고 명확한 표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