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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03. 2019

국민을 이길 순 없다

순댓국이 바른 말입니다?

어제는 모처럼 고교 동창 ㅂ이 찾아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정육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 ㅂ이 좋아하는 자그마한 커피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유명 브랜드 커피집이 아니었다.

주인이 직접 커피를 만들어 준다.


ㅂ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의 맛집 기행이 또 나왔다.

그는 경기도 일대의 맛집을 꽤 많이 안다.

특히 경기도 북부의...


포천 일동에 순대국 잘하는 집이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좋다고 했다.

가게 이름을 뭐라고 말했지만 적어 두지 않으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튿날인 오늘 ㅂ이 극찬한 순대국집이 어딘지 알고 싶어 한 포털의 검색창에

'포천 일동 순대국'을 넣었다.


그랬더니 '검색어제안'이란 게 바로 밑에 나오더니

'포천 일동 순이 바른 말입니다. 포천 일동 순국 검색결과 보기'가 뜨지 않는가.


일순간 내 얼굴이 찌푸려졌다.

'순댓국'이 바른 말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 국어사전에 '순댓국'이 맞는 말이라고 돼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국어사전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어찌 '순대국'이 틀린 말이란 말인가.


그 아래 검색돼 나온 숱한 순대국집은 온통 상호명이 '000순대국'이었지

'000순댓국'은 한 군데도 없었다.

온 순대국집들을 다 바른 말을 쓰지 않는 집이라 몰았다.


아무도 쓰지 않는 '순댓국'을 '바른 말'이라 밀고 나가는 국어정책 당국의 완강함이야 새삼스런 일이 아니지만

포털까지 나서서 '순댓국'이 바른 말이라고 사용자들에게 들이미는 건 또 뭔가.


국민이 황당해할 건 생각지도 않나.

좀 '생각'해가며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포천 일동 순이 바른 말입니다'라고 해보았자

순대국집들이 간판을 '순댓국'으로 바꾸지 않는다.

어제도 순대국, 오늘도 순대국, 내일도 순대국으로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할 것이다.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정책 당국이든 포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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