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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1. 2019

변하는 말

'접수하다'에 '내다'의 뜻이 담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1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연합뉴스 기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접수하다'의 뜻풀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돼 있다.


접수-하다 「동사」【…을】

「1」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다.  

면회를 접수하는 간수.

전임 명령서를 접수하고 난 뒤로도 윗동네 관계관들로부터는 도대체 확인 전화 한 통이 없었다.≪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2」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다.  

방송국에서 수재 의연금과 구호품을 접수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위에서 보듯 '접수(接受)하다'에는 뜻이 두 가지 있는데 둘 다 '받다'라는 뜻만 있을 뿐이다. 낸다는 뜻은 없다. 그러나 위 연합뉴스 기사의 문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냈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의 뜻풀이로는 위 기사 문장은 도무지 해석이 안 된다. 국어사전이 잘못됐든지 위 기사 문장이 잘못됐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관청이나 학교 등에 어떤 서류를 낸다는 뜻으로 '접수하다'를 쓰기 시작했다. 국어사전에 그런 뜻이 없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쓰니 지금은 구청 같은 데서도 "0번 창구에 접수해 주세요."처럼 안내문을 붙여 놓고 있고 위 기사에서 보이듯 기자도 '내다, 제출하다'의 뜻으로 '접수하다'를 쓴다. 


이는 말이 변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국어사전에 없으니 위 기사 문장에서와 같은 '접수하다' 용법은 틀렸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국어사전에 '접수하다'의 뜻으로 '내다, 제출하다'를 추가할 것인가. 어떤 사람들에겐 못마땅할지 모르지만 후자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냈다',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처럼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냈다', '제출했다'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받다'라는 뜻만 있었던 '접수하다'에 '내다', '제출하다'의 뜻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누가? 언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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